"내 날개 끝은 내어주마"…박쥐와 나방의 음파 `군비경쟁`

2021-09-10 16:48:33

왼쪽 부분이 음파 단층 분석 이미지. 앞날개 끝의 빨간색 부분이 가장 강하게 음파가 반사된 곳으로 주름 구조가 있는 곳이다. [ T. Neil and M Holderied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누에나방 중 일부 종(種)이 음파를 발사해 먹이를 찾는 박쥐를 속이기 위해 앞날개 끝에서 음파를 강하게 반사해 몸통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쥐는 음파가 강하게 반사돼 온 곳을 향해 공격하는데, 나방 입장에서는 설사 날개 끝은 뜯기더라도 몸통 공격은 피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셈이 된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과 마크 홀더리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산누에나방 종 중 일부가 앞날개 끝의 독특한 주름과 접힘 구조로 박쥐가 발사하는 음파를 강하게 반사해 몸통이 아닌 날개 끝부분에 대한 헛공격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앞날개 끝의 주름과 접힘 구조가 각각 역반사체 역할을 해 나방의 날갯짓이나 박쥐의 위치와 거의 관계없이 음파를 발사된 곳으로 강하게 반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홀더리드 교수는 "구조적으로 날개 끝이 음파 역반사체 역할을 해 다양한 각도에 있는 음원으로 반사를 하는데, 이는 박쥐가 더 취약한 몸통 대신 날개 끝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는 박쥐와 나방 사이에서 진행되는 음파 군비 경쟁의 최신 사례로, 반사되는 음파를 이용해 먹잇감을 찾는 박쥐를 피해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나방의 필사적인 전략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일부 누에나방은 나선형으로 꼬인 길쭉한 뒷날개의 끝부분에서 음파를 강하게 반사, 박쥐의 헛공격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많은 누에나방 종이 이런 꼬리를 갖고 있지 않은 대신 앞날개 끝에 주름과 접힘 구조를 갖고 있는데 주목해 이번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팀은 이 부분이 음파에 대한 역반사체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음파 단층 분석법을 활용, 약 1만 개 각도에서 누에나방에서 반사되는 음파를 기록하고 주름과 접힘 구조를 가진 앞날개 끝부분에서 반사되는 음파가 몸통에서 반사되는 음파보다 강한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앞날개 끝부분에서 몸통보다 더 강한 음파가 반사돼 '음파 미끼' 역할을 하는 점이 드러났다.
논문 제1 저자인 토머스 닐 박사는 "앞날개의 반사체가 음파 미끼라는 점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는 앞날개 음파 미끼가 항상 뒷날개 음파 미끼의 대안으로 나타났으며, 이 둘을 모두 가진 종은 없다는 점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확인된 이번 결과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홀더리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박쥐와 나방의 음파 군비 경쟁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을 추가하는 것으로, 누에나방이 박쥐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방어책을 밝혀냈다"면서 "이는 레이더와 음파탐지기를 피하는 기술을 개선하는데 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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