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는 쫓아오고, 선배는 건재하고…함께 크는 신유빈

2021-09-10 08:26:02

[PP라이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귀화 에이스도, 제2의 신유빈도 자극받으며 라켓을 더 꽉 쥔다. 신유빈(17·대한항공)이 몰고 온 변화다.



강원 인제에서 열린 2021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스타로 떠오른 신유빈의 실업 데뷔 무대였다.

국제무대에서 먼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선후배들과 힘겨운 경쟁을 펼쳤다.

신유빈은 지난 7일 열린 대회 여자단식 32강전에서 자신을 목표로 치고 올라오는 후배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었다.
신유빈이 결국 3-1로 이겼지만, 맞대결을 지켜본 탁구인들은 그가 크게 당황한 경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신유빈은 김나영의 초반 기세에 밀려 5-11로 1세트를 내줬고, 2세트에서는 11-9로 겨우 이겼다.

한 지도자는 "신유빈이 조금 더 노련했기에 이겼다"면서 "2세트 막판 접전을 벌였는데, 신유빈이 이때 흐름을 못 바꿨다면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은 신유빈과 똑같은 길을 걷는 유망주다.

고교 진학 대신 실업에 직행한 신유빈처럼 김나영도 올 초 중학교 졸업 직후 포스코에너지에 입단했다.
탁구 집안 출신인 점도 신유빈과 닮았다. 어머니는 대전 호수돈여중 등에서 코치로 활동한 양미라 씨이고, 김영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이 아버지이다.
도쿄에서 스타가 돼 돌아온 신유빈은 김나영에게 '롤모델'이자 '자극제'다.

여자부 명문 포스코에너지에서 쑥쑥 커나가는 김나영이 지금의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2~3년 안에 신유빈과 라이벌 구도를 이룰 가능성 크다고 많은 탁구인이 전망한다.
'후배'에게 한 번 치인 신유빈은 9일 여자단식 8강전에서는 '선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신유빈은 수년간 최강자로 군림해온 귀화선수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에게 1-3으로 석패했다.

첫 두 세트에서 완패한 신유빈은 3세트를 11-2로 가져가며 승부의 흐름을 바꿨다. 그러나 4세트, 4차례 듀스를 기록하는 접전 끝에 13-15로 무릎 꿇고 말았다.

대등한 승부를 펼친 신유빈의 경기력만큼이나 전지희의 '파이팅'이 빛난 경기였다.




1, 2세트에서 전지희는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도 조금의 틈을 내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승부처였던 4세트에서는 점수를 낼 때면 스물아홉 살 베테랑이 아닌 마치 열아홉 살 신예인 것처럼 기합을 크게 넣었다.
유남규 한국실업탁구연맹 부회장은 "전지희가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회에서 이토록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면서 "신유빈에게 져서는 안 된다는, 국내 1위 타이틀을 내줘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전지희에게서 느껴졌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전지희와 신유빈을 동시에 지도한 추교성 여자대표팀 감독은 "신유빈의 기량이 올라오면서, 자극받은 전지희도 많이 발전했다"고 귀띔했다.

정체됐던 한국 여자탁구에 오랜만에 경쟁의 훈풍이 불고 있다.
당찬 신유빈의 등장에 후배들은 '나도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선배들은 '내가 질 순 없다'며 이를 꽉 문다.

공정한 시스템을 마련해 선수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돕는 것은 선배 탁구인들의 몫이다.

ahs@yna.co.kr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