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리사 그옛싱,관장님' 태권도로 암 이긴 '덴마크 여제'의 한글 검은띠엔...

2021-09-05 17:35:55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여자 태권도 58kg급(스포츠등급 K44)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덴마크 리사 그옛싱. 그녀의 도복 띠에 '태권도 라이프 아카데미 관장님 몸메 크눗첸, 리사 그옛싱'이라고 쓴 한글이 인상적이다. 지바현(일본)=사진공동취재단/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9.3/

[도쿄(일본)=전영지 기자·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리사 그엣싱, 관장님 몸메 크눗첸,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



지난 3일 도쿄패럴림픽 여자태권도 58㎏급(T44)에서 금메달을 따낸 '덴마크 레전드' 리사 게싱(43)의 도복 검은띠엔 노란색 실로 한글 이름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게싱은 자타공인 여자 장애인태권도의 레전드다. 남편 크리스티안은 덴마크 핸드볼국가대표 출신, 두 딸도 핸드볼 선수인 스포츠 가족이다. 게싱은 2001년, 2003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비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은퇴한 그녀는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둔 2007년 골수암 판정을 받았다. 런던올림픽의 해인 2012년엔 종양이 자란 왼손목을 잘라내야 했다. 게싱은 장애를 갖게 된 후 태권도의 꿈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 2015년 1월 태권도가 도쿄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게싱은 6년 반의 긴 세월을 태권도 수련에 매진했다. 이변은 없었다. '세계랭킹 1위' 게싱은 3일 베스 문로(영국)와의 결승전에서 32대14로 완승하며 마침내 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직후 만난 게싱에게 한글 띠의 의미를 물었다. "내가 졸업한 도장의 관장님이 만들어주신 띠다.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는 우리 태권도 재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 4회 우승(2013~2015, 2016년), 유럽선수권 3회 우승(2016, 2018~2019년)에 빛나는 명실상부 레전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에게도 패럴림픽 첫 금메달 순간은 특별했다.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6년 넘게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고, 지금 금메달을 걸고 여기 서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벅찬 감격을 전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가족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고, 팀과 감독님 모두 함께 열심히 노력했다. 이 금메달은 그 희생과 노력의 보상이다. 우리 가족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같다"며 활짝 웃었다.

올림픽의 꿈을 패럴림픽에서 이룬 그녀에게 태권도란 어떤 의미일까. "내게 태권도는 최고의 치료(테라피·therapy)다. 어느날 암에 걸렸고, 한손을 잃었다. 태권도를 통해 밖에 나가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었고, 태권도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태권도는 내 병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최고의 테라피가 됐다"고 답했다. 도쿄(일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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