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 놀림받던 투수는 어떻게 154km를 던지게 됐나

2021-06-10 07:10:22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두산 홍건희가 이닝을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6.09/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홍건희는 오랜 기간 '미완의 대기'였다. 입단 당시 지명 순위는 낮았지만(2011년 KIA 2라운드 9순위), 우완 정통파 안정적인 투구폼에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를 갖춘 좋은 재목이었다.



KIA 타이거즈 시절, 홍건희를 보는 감독, 투수코치들은 그를 팀의 미래 '에이스'로 키우고싶어 했다. 좋은 직구를 던질 줄 아는 투수고, 무엇보다 성실한 훈련 태도가 지도자들을 사로잡았다. 장차 선발진 한 축을 책임져야 할 국내파 투수 1순위로 늘 꼽혀왔었다.

하지만 숱한 기회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가능성이 확신이 되는듯 싶으면, 무너지기를 수 차례. 그래서 그의 보직도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급한 팀 사정상 홍건희에게 풀타임 선발을 보장해줄 수도 없고, 공이 좋으니 불펜으로 기용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선발로 도전했다가 불펜에서 시즌을 마치기를 수 차례였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성공하지 못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가슴'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멘털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논리였다.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2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어 '유망주' 타이틀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홍건희는 다른 투수가 됐다.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 중인 그는 올 시즌 26경기에서 1.5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짠물 투구'를 펼치고 있다. 9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7회말 등판한 홍건희는 민병헌-딕슨 마차도-추재현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지난해 KIA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 될 당시,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홍건희의 올 시즌 최고 구속은 154㎞. 구단에서도 깜짝 놀라는 수치다. 9일 롯데전 추재현을 상대할때 마지막 헛스윙을 유도한 직구가 154㎞를 마크했고, 지난달 22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한동희를 상대로 5구째 직구 154㎞를 기록한 바 있다. 과거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150㎞에 도달하지 못한 경기가 더 많았었다. 보직을 바꾸면서 구속도 점점 더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보다 안정적인 밸런스와 자신감이 곁들여지면서 150㎞을 훌쩍 넘는 구속이 연속 측정되고 있다. 직구 구위가 워낙 좋으니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의 단순한 패턴이어도 뻗어가는 타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그가 타이트한 상황에 주로 나오면서도 9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그동안 홍건희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왔다. 트레이드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홍건희는 첫 타자 승부를 보면 그날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주위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기복이 있다는 뜻이었다. 여전히 보여줄 부분이 더 많지만, 올 시즌 홍건희의 활약상은 지난 10년의 기다림을 넘어서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이다. 더이상 보직을 오가지 않고, 필승조라는 확실한 믿음 아래 심리적 편안함이 만든 결과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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