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체제 아워홈, '오너리스크' 떠안고 출발…'남매 갈등' 봉합은 시기상조?

2021-06-08 07:48:52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이 여동생들의 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아워홈은 주주총회를 통해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를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부터 계속된 남매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구지은 신임대표의 오빠인 구본성 아워홈 전 대표의 일탈로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데 이어, 구본성 전 대표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 '남매의 난'은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본성 전 대표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이다.

▶'경영권 탈환' 구지은 대표…'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회복' 과제 안고 시작

지난 4일 아워홈은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구본성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선임됐다.

구지은 신임대표 측 인물로 구성된 신규 이사후보 21명을 선임하는 건도 의결됐다. 이에 따라 아워홈 이사회는 기존 11명을 포함, 총 32명으로 늘어났다. 아워홈 정관상 이사 수 제한은 없다. 따라서 대규모 이사 선임을 통한 회사 장악이 가능해진 셈이다.

구지은 대표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보스턴대 석사를 수료했다. 이후 지난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았으나, 구본성 전 대표가 2016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밀려났다. 이후 사보텐과 타코벨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캘리스코를 맡았지만, 아워홈 경영권을 놓고 구본성 전 대표와 계속해서 마찰을 빚어왔다.

2017년 구지은 대표가 구본성 전 대표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1차 남매의 난' 당시 장녀인 구미현 씨가 오빠인 구본성 전 대표 편을 들어 해당 안건은 무산됐다. 이후 2019년 구지은 대표가 구본성 전 대표의 아들인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 한도 증액안을 반대하며 분쟁이 이어졌다.

2019년 8월 구재모 씨는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어 2020년 12월 구재모 씨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아워홈은 이전까지 캘리스코에 식자재를 공급해왔지만, 2019년 이를 중단해 남매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장녀 구미현 씨가 구지은 대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구 대표는 5년만에 아워홈 경영권을 되찾게 됐다.

그러나 구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은 구만리다. 먼저 구본성 전 대표의 보복운전 논란으로 인해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앞서 보복 운전을 한 뒤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차로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성 전 대표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구본성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운전하던 중 끼어든 A씨의 차량을 다시 앞지른 뒤 급정거했다. 이에 두 차량은 충돌했으나, 구 전 대표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도주했다. 10여 분의 추격 끝에 구 전 대표를 따라 잡은 A씨가 "경찰에 신고했으니 도망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하자, 구 전 대표는 차를 움직여 A씨의 배와 허리를 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구본성 전 대표의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의 정도가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구 전 대표가 벌금형 2회 외에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징역형의 실형보다 형사 처벌의 엄중함을 일깨워주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아워홈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구본성 전 대표 사내이사 유지에 갈등 재점화 가능성도…구지은 대표, '실적 개선' 문제까지 부담 ↑

더욱이 구본성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이유다.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 결의로 가능하나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워홈의 지분 구성을 보면 장남인 구본성 전 대표가 38.56%로 최대 주주다. 이어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 삼녀 구지은 대표(20.67%)가 각각 지분을 갖고 있다. 세 자매의 지분을 합쳐도 59.6%로 3분의 2에 못 미친다.

구본성 전 대표가 최대주주인 만큼 사내 우호 세력과 함께 경영에 목소리를 낼 경우 '반(反) 구본성 연대'인 동생들과 계속 충돌할 수 있는 것.

일각에서는 회사가 '오너 리스크'를 확실히 떨쳐내지 못하게 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워홈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1984년 설립한 식자재 공급기업으로,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됐다.

주로 기업 등에 단체 급식 사업을 해오던 아워홈은 2019년 기준 단체 급식 시장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아워홈의 실적은 급락했다.

2018년 연결기준 매출 1조7564억원, 영업이익 658억원의 실적을 기록, 2019년에는 매출 1조8791억원과 영업이익 715억원을 내며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2020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8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줄었고, 영업손실 119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한편 구지은 대표가 경영 쇄신과 사업 확대를 위해 아워홈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상장사로서 주주와 종업원들의 권익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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