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눈물 NO, 승부사 박혜진이 돌아왔다 "진짜 후회 없이"

2021-05-20 10:41:32

사진제공=WKBL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똘똘 뭉쳐서 경기다운 경기를 하고 싶어요."



냉철한 승부사, 우리가 알던 박혜진(31)이 돌아왔다. 국제대회 때마다 눈물 흘리던 박혜진은 없다. 박혜진은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도쿄올림픽을 향한 힘찬 도전에 나선다.

"제가 워낙 바닥을 많이 찍어봐서 그런지 부담은 없어요. 떨리는 것도 없고요. 언니들이 '선수라면 올림픽은 한 번 나가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엄청 기대가 돼요."

박혜진은 대한민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다. 우승 반지는 물론이고 MVP 트로피도 수차례 들어올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국제대회만 나가면 작아졌다.

"2013년 처음 대표팀에 갔어요. 언니들이 쉴 때 잠깐씩 경기를 뛰었어요. 부담이 없었죠. '국제대회도 해볼만 하구나' 싶었어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나는 한국에서 MVP도 받았으니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어요. 역효과가 났던 것 같아요. 돌파해서 슈팅까지 연결하는데 슛이 안 들어가니까 더 미치겠는 거예요. 내가 아닌 다른 선수가 뛰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국제대회 나가서 울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남몰래 눈물 훔치던 박혜진. 국제대회에서 느낀 좌절은 역설적이게도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운동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던 적은 없어요. 제가 잘하지 못해 그만 두고 싶었죠. 그 생각을 대표팀에서 가장 많이 했어요. '감독님께 말해서 빼달라고 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깨지고 오니까, 더 잘하고 싶더라고요. 돌아보면 그 덕분에 제가 더 노력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국내외에서 다 되는구나' 싶었을 거예요. 어깨에 '햄버거(으쓱함)'가 잔뜩 올라갔겠죠? 벽에 부딪치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 박혜진.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국제대회 '울렁증'을 극복했다.

"제가 하도 걱정을 하니까 위성우 감독님께서 '물 흐르듯 하고 오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마음을 완전히 비웠죠. 대표팀에는 좋은 선수들도 많으니까요. 그 덕분인지 예전보다 조금은 나아졌어요. 물론 WKBL에서 하던 것에 비하면 보여준 게 없어요. 하지만 이제 부담은 내려놨어요. 다만, (올림픽까지) 몸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걱정이죠."

박혜진은 지난 시즌 족저근막염으로 한동안 재활에 몰두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지만, 완치는 아니다. 관리가 필요한 상태.

"발이 너무 아팠는데 왜 그런지 몰랐어요. 애꿎은 농구화만 탓했죠. 족저근막염이라고 했을 때 '그래, 그동안 열심히 뛰었구나' 생각했어요. 속상한 것도 덜 하더라고요. 운동에 대한 강박관념이 엄청났어요. 그런데 마음만 급하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죠. '뛸 수만 있다면…' 생각했어요. 여유를 갖고 주변도 둘러보면서 해야하지 않을까요."

박혜진은 이제 더 넓은 시야로 코트를 바라본다. "이번 대회에서 잃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한국 여자농구가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경기다운 경기를 하고 싶어요. 제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올림픽이에요. 그저 12명이 힘 모아서 부딪쳐보고 싶어요. 아, 전 감독님은 소속팀(우리은행) 코치님이기도 하시잖아요. 감독으로 첫 무대인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감독님도 부담이 많으실텐데 그걸 덜어드리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이에요. 후회 없이, 진짜 다 같이 후회 없이 뛰고 싶어요."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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