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돼지도 미꾸라지처럼 장(腸) 호흡…항문 호흡장치 '가능'

2021-05-17 13:08:10

[Institute of Research,TMDU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꾸라지나 메기 등 일부 수생 생물은 공기가 희박한 상태에서 아가미나 폐가 아닌 장(腸)을 이용해 체내에 필요한 산소를 얻는 독특한 방식을 진화시켜 왔다.
포유류도 이런 능력을 갖췄는지는 논란이 돼왔는데, 일본 도쿄의과·치과대학 연구진이 쥐와 돼지의 장호흡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호흡부전 중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열어놓는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도쿄의과·치과대학과 생물학 저널 발행사 '셀프레스'(Cell Press)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다케베 다카노리(武部貴則)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쥐와 돼지의 직장(直腸)을 통해 산소를 공급한 장 호흡 연구결과를 과학 저널 '메드'(Med)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장 내막 바로 아래 미세 혈관이 자리 잡고 있어 항문 투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산소를 공급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쥐와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항문과 대장 사이 직장을 통해 산소 가스나 산소가 첨가된 액체를 공급하는 '장 환기 장치'(EVA)를 만들고 쥐를 대상으로 산소 가스를 공급하는 실험을 한 결과, 11분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치명적으로 낮은 산소 조건에서 75%가 이 장치의 도움으로 50분가량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소 흡수가 잘되도록 쥐의 장 점막을 비벼 염증을 유발하고 혈류량을 증가시켰는데, 이런 방식은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라 산소가 첨가된 '퍼플루오로데칼린'(perfluorodecalin·PFD) 용액을 장내에 공급하는 실험도 했다. '숨 쉴 수 있는 액체'로도 알려진 PFD는 플루오린과 탄소의 화합물로 인체에 안전하고 이미 임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PFD 실험에서 이 장치를 단 쥐는 산소량이 10%인 실험실에서 일반 쥐와 비교해 더 많이 걷고, 심장에 도달하는 산소량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돼지에게서도 비슷했다.
장 PFD 환기 장치는 산소와 같이 흡수되는 용액에 따른 장내 미생물 활동 방해 등과 같은 눈에 띄는 부작용 없이 체내 산소 수치를 높이고 창백해진 피부나 낮아진 체온을 되돌려 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신저자인 다케베 교수는 "인공호흡 장치는 폐렴이나 급성호흡기증후군 등과 같은 중증 호흡부전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장을 통한 산소공급을) 사람 몸에 적용할 때 부작용과 안전성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이번 접근법은 호흡부전 중환자를 지탱해 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일본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받아 장호흡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케베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산소호흡기와 인공폐 수요를 압도적으로 늘려놓으면서 부족 현상을 유발해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장 호흡 장치는 임상 개발이 이뤄지면 중증 호흡부전 환자를 치료하는데 충분한 산소를 동맥 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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