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눈물 닦은 SON" 우리가 알던 손흥민이 돌아왔다

2021-05-03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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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을 워낙 싫어한다.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분했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각) 맨시티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 0대1로 패한 후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29)은 땅을 치며 오열했다. 토트넘 6년차, 간절한 첫 트로피의 꿈이 또 무산됐다. 맨시티 선수들과 팀 동료들이 위로를 건넸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의 부진에 팬들의 비판도 줄을 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인 3일(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셰필드전, '손샤인' 손흥민의 미소가 돌아왔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해트트릭을 작성한 베일과 함께 4대0 대승을 이끈 손흥민에게 어김없이 그날의 눈물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지는 것을 워낙 싫어한다.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분했다"고 답했다.

슬픔은 때로 힘이 된다. 유로파리그에서 탈락하고, 조제 무리뉴 감독도 떠나고, 컵 대회 트로피도 놓친 토트넘에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유럽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인 리그 '톱4' 진입. 7위 토트넘은 손흥민,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델레 알리 등 공격자원을 풀가동했다. 초반부터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손흥민의 몸놀림도 가벼웠다. 거침없는 드리블 돌파, 과감한 슈팅, 날선 킬패스가 살아났다.

전반 36분 베일의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던 후반 6분 손흥민이 셰필드 골문을 향해 '빛의 속도'로 쇄도했다. '원샷원킬'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이 가동되며 '오프사이드' 판정. 골이 지워졌다.

그러나 후반 16분 '절친' 베일과 번쩍 눈빛이 통했다. 손흥민의 전방 킬패스를 이어받은 베일이 황금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10호 도움과 함께 지난 시즌 11골-11도움에 이어 2시즌 연속 10-10 클럽(15골 10도움)에 가입한, 위대한 순간이었다.

후반 24분 베일이 기어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3-0으로 앞서나갔지만, 손흥민은 멈출 뜻이 없었다. 후반 32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통렬한 리그 16호골을 터뜨렸다. EPL 16골, 카라바오컵 1골, 유로파리그 4골 등 올 시즌 전 대회를 통틀어 총 21골을 기록하며, 2016~2017시즌의 아시아선수 한 시즌 최다 21골과 타이 기록, 개인 커리어하이 행진을 이어나갔다.

무엇보다 2시즌 연속 10-10 클럽은 역대 토트넘 선수 최초의 위대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 EPL 10-10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손흥민 등 3명뿐이다. 유럽 5대리그를 통틀어서도 단 8명만이 오른 고지다. 올 시즌에도 EPL 10-10클럽은 해리 케인(21골 13도움),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유, 16골 11도움)와 손흥민뿐이다. 골과 도움, 결정력과 이타심, 타이밍과 센스를 두루 지닌 만능 공격수의 전유물인 이 기록을 2시즌 연속 달성한 것은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독보적 가치를 입증하는 절대적 데이터다. 토트넘 역사를 통틀어도 10골-10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위르겐 클린스만(20골 10도움·1994~1995시즌), 엠마누엘 아데바요르(17골 11도움·2011~2012시즌), 크리스티안 에릭센(10골 10도움·2017~2018시즌)뿐이다.

이날 경기 직후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해트트릭' 베일에게 평점 10점 만점에 10점, '1골 1도움'손흥민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부여했다. '2020년 버전, 자신감 넘치는 손흥민이 돌아왔다'는 한줄 평가와 함께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 KOM(킹 오브더 매치)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팬 투표에서 49.2%를 득표하며 46.4%를 득표한 베일을 제쳤다.

무엇보다 이날 손흥민의 활약, 4대0 대승에 힘입어 토트넘이 '톱4' 재진입의 불씨를 살렸다. 리그 4경기(리즈, 울버햄턴,애스턴빌라, 레스터시티)를 남겨두고 승점 56점으로 리그 4위 첼시(승점 61)에 승점 5점 차, '톱4'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팀플레이어' 손흥민은 2시즌 연속 10-10클럽 등 개인기록에 연연치 않았다. 오직 팀 승리만 바라봤다. "많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보다 지금은 팀에 더 신경 쓰고 싶다. 팀이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이제 몇 경기 남지 않았다. 선수들이 좋은 마음가짐과 좋은 정신력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팀을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가 할 것에만 집중하면서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필요한 순간, 자신감 넘치는 2020버전의 손흥민이 돌아왔다. 그를 웃게 하는 건 오직 팀의 승리뿐, 스스로의 힘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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