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백신 수급 불안 현실화…물량 조기 확보로 혼란 막아야

2021-05-03 13:06:24

우려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이 현실화했다. 3일 현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모두 남아 있는 물량이 각각 30여만 회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 접종 속도를 보면 길어야 일주일이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 예약 접수가 곳곳에서 중단되면서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나왔다. 조기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접종 기관들은 한동안 개점 휴업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까지 300만 명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접종분을 1차 접종에 앞당겨 사용한 상황에서 계약 물량이 제때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당장 상반기 내 1천200만 명 접종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 백신이 없어 정해진 시기에 2차 접종을 받지 못하는 일까지야 없겠지만 조바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달 내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화이자 백신은 1·2차 접종 주기가 단 3주이다. AZ 백신은 11∼12주이지만 지난 2월 시작된 국내 접종 초기에 주로 이 백신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은 2차 접종을 본격화해야 하는 시기이다.




정부는 고령층에 대해 우선 1차 접종을 하고 후속 물량으로 2차 접종을 하는 방식으로 접종 계획이 짜여 있어 1, 2차 접종이 집중적으로 겹칠 때는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접종 인원을 늘리다가 수급에 병목이 생기면서 생긴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차 접종 인원을 최대한 늘린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장기전이어서 방역과 의료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으면 감염 위험이 크게 줄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오는데도 중증 환자가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것도 이런 전략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정부가 지나치게 목표 달성을 의식해 과잉 의욕을 보이다 보니 정작 국민에게는 '대책 없이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백신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구체적 도입 일정이나 정교한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믿어보라'는 말만 반복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어떻게든 백신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계약한 총 1억9천200만 회분(9천900만 명분)의 백신중 다음 달까지 들어올 예정인 물량은 AZ 백신 866만8천 회분, 화이자 백신은 529만7천 회분이라고 하나 상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반기 중이라도 하루라도 빨리 들여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백신이 완전히 소진돼 접종이 중단되는 아찔한 상황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정부의 계획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가 다시 정쟁의 소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향후 계획을 소상히 설명하는 한편 가용한 모든 외교 역량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물량 조기 확보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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