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이지언 통역 "러츠 출국? 강제로 이별하는 느낌…눈물이 쏟아졌죠"

2021-04-28 06:31:12

러츠(왼쪽)와 함께. 사진제공=이지언 통역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러츠는 나중엔 그냥 한국 사람 같았어요. 우리 말도 잘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러츠, 지금 완전 미국인 같았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메레타 러츠(27)와 함께 한 2년. GS칼텍스 Kixx 통역사 이지언씨(27)에겐 잊혀지지 않을 시간이었다.

러츠는 이지언씨가 GS칼텍스에서 만난 두번째 외국인 선수다. 이씨는 2017~18년 파토우 듀크(36)의 통역으로 처음 GS칼텍스와 인연을 맺었고, 1년의 휴식기 후 러츠의 입단과 함께 돌아왔다.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의 감정은 한결 특별하고 깊었다. 지난해 대학원에 다니느라 바쁜 일상 속에도 러츠의 재계약 소식을 듣곤 공식 제안이 오기도 전에 '올겨울엔 GS칼텍스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다.

하지만 러츠는 더이상 한국에 없다. 이씨의 표현을 빌리면 러츠는 생계보다는 '배구가 좋아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서' 배구를 하는 선수다.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데 열려있고, 먼저 다가서는 활달함도 지녔다. 다음 시즌에는 일본 리그에서 뛸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러츠와의 작별 당시 두 사람은 오열하다시피 눈물을 쏟아냈다.

"러츠를 떠나보내는데, 참 많은 생각이 교차하더라고요. 트라이아웃 신청을 안했으니까, 아 이제 우리는 헤어지는구나 싶고, 평소에 애정 표현을 좀더 할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제일 친한 친구와 강제로 이별하는 기분이었어요. 이제 (코로나 때문에)보고 싶어도 볼수 없으니까."

러츠는 2m6의 큰 키와 달리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 2년차였던 2020~2021시즌에는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경기력이 한층 좋아져 팀의 트레블을 이끌었고, 이소영(KGC인삼공사 이적)과 챔피언결정전 MVP를 공동 수상했다.

"러츠는 클러치 상황 그 자체를 즐기더라고요. 듀스 접전 상황에도 웃고, 노래 따라부르고, 춤추고 그랬어요. 와 이런 경기 너무 재미있다! 같은 느낌이랄까."

러츠는 스탠포드대학교 약학과 출신이다.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와는 관심사가 약간 달랐다. 스포츠와 일상부터 정치, 사회까지 폭넓은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더욱 친밀감이 컸던 이유다.

"워낙 똑똑한 친구라 차분하고 유쾌하면서도 주관이 뚜렷했죠. 대충 넘어가는 게 없고, 토론을 피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본인 전공이다보니 코로나19 상황, 공공 보건, 건강보험 같은 얘기도 많이 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러츠와 특별한 추억을 쌓진 못했다. 그래도 함께 배구단 숙소가 있는 청평 근처의 맛집을 섭렵했다.

"킥스(숙소에서 키우는 강아지)랑 같이 논 기억이 많네요. 러츠 SNS의 사진은 거의 다 제가 찍어준 거에요. 전 통역보단 사실상 러츠의 개인 사진사였죠."

듀크가 뛰던 시절(2017~2018시즌) GS칼텍스는 정규시즌 4위로 봄배구에 실패했다. 이소영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고전한 시즌이었다. 듀크 역시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서른을 넘긴 노장이었던 만큼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씨는 '성실하고 성격 좋은, 배울게 많았던 언니'라고 회상했다.

"세네갈은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문화가 있어요. 정말 친언니처럼 절 잘 챙겨줬어요. 듀크가 갈 때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통역'이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의 외국인 선수 통역은 사실상 개인 매니저다. 한국에서의 24시간을 함께 하다시피 한다. 특히 듀크가 있을 때는 현재 숙소를 짓기 전이라 이씨는 듀크와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다. 한국을 찾은 듀크의 부모님을 케어한 것도 이씨였다.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자매, 친구처럼 함께 했거든요. 듀크와 러츠에게도 제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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