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원팀' GS칼텍스 트레블의 숨은 공로자를 소개합니다

2021-04-27 14:58:51

강소휘(오른쪽)와 함께. 사진제공=이지언 통역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수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러츠와의 감정이 더 끈끈해졌죠. 우리 팀의 우승에 제가 도움된 것 같아 기뻐요."



차상현 감독은 트레블의 비결로 팀워크를 꼽는다. '원팀 원스피릿' 구호 아래 FA 영입보다는 선수들의 성장과 하나로 똘똘 뭉친 끈끈함을 통해 우승을 이뤄냈고, 선수층을 폭넓게 활용해 경쟁시키면서도 하나로 아울렀다

우승의 숨은 공로자가 있다. 통역사 이지언씨(27)다. GS칼텍스 Kixx와 어느덧 3시즌을 함께 했다. 2017~2018시즌 파토우 듀크의 통역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한 시즌 쉬었다가 2019~2020시즌부터 메레타 러츠와 함께 두 시즌을 보냈다. 외국인 선수의 케어는 물론 팀의 영어선생님이자 어린 선수들의 언니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

이지언씨는 전문통역사가 아니라 영어교육자 지망생이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테솔(TESOL, 영어교육 전문가 과정)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론 밀린 학업을 소화하느라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이씨와 배구의 첫 만남은 대학 시절 배구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있어 스파이크는 때리지 못하지만, 센터백(9인제 배구에서 리베로 역할)으로 동호회 배구를 즐기고 있다. 왼손을 연습해볼 생각도 했을 만큼 마음만은 누구보다 뜨거운 진짜 배구인이다.

"어릴 때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로 영어는 일종의 특기였어요. 가르치는 것도 좋아했죠. 보람도 되고 용돈도 되고. 선생님이 되기에 앞서 좀더 많은 사회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마침 통역 공고가 떴길래 지원했죠. 체육계 사람이라 합숙 생활에 잘 적응할 거라고 보고 뽑으셨던 것 같아요."

스포츠팀의 통역사는 '절대 갑'인 외국인 선수에게 휘둘리며 마음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붙어다니며 사실상 수발을 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씨는 "함께 한 외국인 선수들의 인성이 좋아서 다행"이라며 미소지었다.

"통역은 외국인 선수의 매니저 겸 친구죠. 한국말 못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지금도 9살 많은 듀크는 친한 언니, 동갑인 러츠는 둘도 없는 절친이에요. 둘다 지난 주에 전화가 왔었죠."

통역은 팀의 일원이라기보단 외국인 선수 개인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GS칼텍스와 이씨의 관계는 남달랐다. 트레블을 이끈 주장 이소영(KGC인삼공사 이적)은 이씨와 동갑,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한수지(32)와 김유리(30) 뿐이었다. 이씨는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자신과 함께 팀에 들어온 한수진(21) 같은 선수가 성장하는 걸 보면 한결 뿌듯했다고. 구단 유튜브에도 수시로 출연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특히 팀내 영어수업을 하면서 선수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 차상현 감독이 이씨와 선수단 모두를 위해 구단에 요청한 것. 이씨가 직접 커리큘럼을 짠 영어 수업은 선수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대인기였다. 차 감독도 수시로 수업에 참여한 결과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전 대한항공)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만큼 영어 실력을 끌어올렸다.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잘 맞기도 하고. 한수지 언니 열정이 대단했어요. 강소휘 한다혜 문명화 유서연 박혜민도 열심이었고. 공부를 안해봐서 그렇지, 다들 머리가 좋고 열정이 대단해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영어수업은 러츠를 중심으로 한 팀 케미에 큰 도움이 됐다. 러츠의 첫 시즌에는 이씨가 없으면 선수들이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영어 연습도 할 겸,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러츠도 한층 팀을 향한 소속감과 애정이 커졌다.

"러츠가 우리말로 '괜찮아! 할 수 있어!' 외치면 느낌이 다르잖아요? 러츠도 동료들이 경기 중에 '유 캔 두잇, 위 캔 두잇'만 외쳐줘도 더 타오르는 거죠. 직접 소통할 때의 그 분위기, 표정,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통역이 안 되거든요. 앞으로도 선수들이 영어 공부를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오는 28일 열린다. 새 외국인 선수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이씨의 복귀 여부도 미정이다. 현재로선 뒤처진 학점을 메꾸는데 전념할 예정. 하지만 새 시즌에도 러츠 같은 영어권 선수가 온다면 어떨까.

"감독님이 또 불러주시면? 당연히 가야죠. '우리 팀'이잖아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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