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다 이룬 남자'·'국보급 레프트' 정지석 "유럽서 배구하고 싶은 마음 더 간절해졌다"

2021-04-21 07:11:28

2020-2021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한항공 정지석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4.17/

[용인=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국보급 레프트' 정지석(26·대한항공)은 2018~2019시즌 생애 첫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을 당시 "유럽에서 배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2020~2021시즌 대한항공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정지석은 지난 19일 생애 두 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올 시즌 생애 첫 공격종합 1위(55.43%)에 오른 정지석은 후위 공격 1위(64.81%), 서브·오픈 공격 2위에 오르는 등 외국인 선수 부상 교체 등으로 힘들었던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여전히 '해외진출' 꿈을 가지고 있을까. 결론은 '그렇다'이다. 정지석은 20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한항공 연수원에서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과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대방출했다.

▶'배구여제'에게 물어본 '해외진출' 열망

정지석은 지난 19일 KOVO 시상식이 끝난 뒤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배구여제' 김연경(33)에게 '해외진출'에 대한 노하우를 물어봤다. 정지석은 "연경이 누나에게 나의 해외진출 열망에 대해 얘기했고 가능성 여부를 여쭤봤다. 누나가 면전에 대고 '넌 안돼'라고 하실 수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충분하다'는 힘이 되는 얘기를 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은 몸값이 관건이라고 하시더라"며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에게 한 시즌 배우고 나서 유럽에서 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병역을 해결하기 전 1년 만이라도 유럽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김하성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갈 때 제대로 대우를 받고 간 것처럼 나도 그런 계약을 이끌어내고 싶다"면서 "사실 (문)성민이 형이 대학 시절 독일로 진출한 뒤 V리그로 유턴한 사례는 있지만, V리그에서 직접 유럽에 진출한 남자선수는 없다. 때문에 계약조건을 잘 이끌어내 1년 정도 감수하고도 유럽에서 뛰어보고 싶다. 그 때 구단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해외진출은 내 꿈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배구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도 크다. '배구도 해외리그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배구계 4대 리그라고 불리는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 이탈리아에서 경험해보고 싶다. 안되면 일본리그라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서야 밝히는 이야기들

산틸리 감독은 정지석에 대해 "탈아시아급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 중 두 차례 정도 충돌했다. 이제서야 밝힐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정지석은 "감독님과 두 번 정도 싸웠다. 한 번은 지난 7~8월 자체 연습경기 때였다. 내 실수가 많이 나오자 감독님께서 불같이 화를 내더라. 당시 나도 감정이 격해져 훈련장을 빠져나가 냉장고를 걷어차 발이 골절됐었다. 감독님은 내가 무엇 때문에 다쳤는지 몰랐고, 내가 훈련 중 다쳤던 것으로 포장됐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최근 두 달 전에는 설거지하다 칼에 손가락을 베어 꿰맸다. 코로나 19로 리그가 중단된 시기여서 다행이었지만, 1주일을 쉰 탓에 감각이 없어서 훈련 때 실수가 잦았다. 헌데 또 다시 감독님이 나에게 불같이 화를 내시더라. 나도 감정이 상해 훈련이 끝난 뒤 감독님과 설전을 벌였다. 당시 감독님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셨다. 감독님도 굽힐 마음이 없는 것 같아 나도 그간 쌓였던 감정을 다 내뱉었다. '경기 도중 과한 어필로 카드를 받으면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런 부담을 안고 선수들이 경기를 펼쳤다' 등 나도 할 말을 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퇴근하고 집에서 생각하는데 내가 실수한 것 같더라. 이후 시즌이 재계된 첫 경기에서 감독님은 없었던 일처럼 하이파이브를 하더라. 나는 신경이 쓰여 그 경기가 끝난 뒤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미안함을 전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화를 내준 것이 고맙다고 하더라. 감독님은 '한국 선수들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을 때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나도 너를 존중하지 못해 미안하다. 감독의 입장에선 선수를 끌고 가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하는 건 고쳐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다 이룬 남자'

정지석은 '다 이룬 남자'다. 팀은 창단 첫 통합우승도 맛봤고, 개인적으로 정규리그 MVP를 두 차례나 수상했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에도 선정됐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정지석은 '당장'이 아닌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는 "대기록이 욕심난다. (곽)승석이 형은 수비 5000개가 넘었고, (한)선수 형은 세트 1만3000개가 넘었다. 베테랑 형들이 이유가 있다. (박)철우 형은 6000득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꾸준한 건 쉽지 않다. 이젠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용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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