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오랜만에 깨어났다. 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한화는 장단 18안타를 폭발시키면서 17득점을 올렸다. 앞선 두 경기서 8안타(1홈럼) 3득점에 그쳤던 모습과는 딴판. 단 2이닝 동안 71구를 던진 SSG 선발 투수 윌머 폰트의 조기 강판, 구원 투수 김세현이 타구에 팔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변수, SSG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 등 운도 어느 정도 따랐다. 하지만 9이닝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SSG 마운드를 맹폭한 한화 타선의 집중력은 주목할 만했다. 하루 전 통역 실수로 투수 교체 혼선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퇴장 멍에를 짊어질 정도로 의욕을 보였던 수베로 감독에게도 값진 첫 승이었다.
하지만 이날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한화의 수비였다. 첫 장면은 1회말. 1회초 2득점에 성공한 한화는 선발 김이환이 1사 후 로맥에게 볼넷을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진 타석에서 추신수가 친 빨랫줄 같은 타구를 1루수 라이온 힐리가 막아내며 진루를 막았다. 타구가 외야로 빠졌다면 곧바로 동점 주자가 나갈 수 있었던 상황. 아웃카운트를 번 김이환은 최 정을 뜬공 처리하면서 첫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
힐리가 5회말 화룡점정 했다. 박주홍에 이어 등판한 김진영이 2사 1, 2루 상황에서 최주환에게 땅볼을 유도했다. 타구는 1루수 힐리를 향해 굴러갔으나 김진영의 베이스 커버가 미처 이뤄지지 않았다. 그 순간 힐리는 1루로 전력질주 후 멋진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찍으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고비 때마다 SSG의 추격을 따돌린 수비의 힘은 이후 타선 폭발과 17점차 영봉승이라는 최상의 결과로 귀결됐다.
수비는 한화가 최근 수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고비 때마다 어이없는 실수로 흐름을 넘겨주고 패배하는 공식을 되풀이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런 한화의 수비를 두고 팀 응원가인 '행복송'에 빗댄 '행복 수비'라는 조롱조 수식어를 달기도 했다. 매년 한화가 반등을 다짐할 때마다 마지막 퍼즐로 지적됐던 게 수비 향상이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엔 유니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펑고를 치며 수비력 향상에 올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의 수비는 좀처럼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긴 시즌을 치르며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명 다른 집중력이 엿보이는 한화 선수단이다. 어쩌면 올 시즌은 한화 팬들이 염원하던 '진짜 행복 수비'의 서막이 열리는 해일지도 모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