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능기부에서 발견한 소명' 역대최초 비장애인 엘리트 출신 이영주 장애인사이클 감독, "도쿄 패럴림픽 금1, 은1 목표"

2021-04-01 05:40:00

2019년 캐나다 베이코모에서 열린 장애인 도로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이도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영주 감독. 이영주 감독제공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여기서 더 나빠지진 않겠지. 승부를 한번 걸어보자.'



엘리트 코스를 거친 스포츠인들에게는 남다른 '승부욕'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 상대를 이기려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밴 성향이다. 이런 승부욕이 한번 발동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끝장을 봐야 한다.

대한민국 장애인사이클 대표팀을 이끄는 이영주(46) 감독이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장애인 대표팀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도 바로 이런 '승부욕'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를 거쳐 경륜 선수로 안정된 삶을 보내던 이 감독이 열악하던 장애인 사이클에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헌신하게 만든 결심, '여기서 더 나빠질까. 승부를 걸어보자!'였다. 반대도 많았고, 의혹의 시선도 따가웠다. 가장으로서 생계를 잘 책임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후회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 금메달 목표에 심장이 뛴다.

▶재능 기부하던 엘리트 선수, 열악한 장애인 사이클에 눈을 뜨다

전라고-용인대를 거친 이 감독은 고교시절 전국체전과 전국사이클선수권에서 2~3위권에 입상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경륜 선수(6기)로 변신해 직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던 그가 '장애인사이클'과 인연이 닿은 건 2013년. 이 감독은 "당시 경륜 선수로 활동하던 중에 재능 기부 형식으로 장애인 사이클 대표팀 훈련을 돕게 됐죠. 시각 장애인 선수를 리드하는 파일럿으로 나갔는데,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선수들은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고 있었죠. 선수 출신이 아닌 분들이 대표팀을 맡아 귀동냥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형편이었으니까요"라며 장애인사이클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감독이 한국 장애인 사이클을 이끌게 되리라고는 그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열정이 선수들과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을 움직였다. 이내 권기현 전 장애인사이클연맹 회장으로부터 '전임지도자'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전임이지만, 월급은 따로 없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당연히 거절해야 할 제안. 그러나 이 감독은 이를 수락했다.

"그때는 전임이지만, 재능기부 형식이었어요. 경륜 선수를 하면서 지도자도 병행하느라 많이 힘들었죠.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보니 오해도 많이 받고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승부욕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여기서 더 안 좋아지겠나. 승부를 걸어보자'하는 마음이었어요."

▶경쟁력 찾은 대표팀, 도쿄올림픽 금, 은 노린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 전임 코치로 나선 이 감독은 그 해 11월, 대한장애인체육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장상 지도자상을 받는다. 그간의 노력과 헌신이 조금이나마 보상받게 된 계기였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월급도 안나오니까 아내와 부부싸움도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좋은 날이 올거야. 믿어줘'라고 말하며 속으로는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다짐했죠"라며 어려웠던 시기를 추억했다.

그 결실이 서서히 맺어지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패러게임과 2018 자카르타 아시안 패러게임 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던 이 감독은 2019년부터 전임 감독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고 있다. 비록 2016 리우 패럴림픽 때는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2020 도쿄패럴림픽 때는 대표팀 감독으로 선수들의 금빛 레이스를 지휘하고 있다.

현재도 전주에서 장애인 대표팀(선수 9명)과 도로 훈련 중인 이 감독은 "다행히 우리 대표팀의 경쟁력이 많이 올라와서 최소 3장(남1, 여2)에서 4장(남2, 여2)의 패럴림픽 출전 쿼터를 확보할 것 같습니다. 2014 인천과 2018 자카르타 패러게임 2연패를 달성한 이도연(핸드사이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금메달이 기대됩니다. 여기에 은메달 혹은 동메달을 추가하기 위해 지금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6년 전, 이 감독을 장애인 사이클로 이끈 '승부욕'이 이제야 빛나는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이 감독은 "예전에 비해서는 지원도 많아지고, 관심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장애인 사이클은 비관심 중의 비관심 종목인 게 사실이죠. 실업팀도 생기고, 국제대회도 열리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기존 사이클대회에 장애인 부분만 신설돼도 좋겠습니다. 패럴림픽 메달을 따면 관심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거죠"라며 마음속 희망을 내보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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