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상동 연습장에서 만난 '새신랑' 나균안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퓨처스에서 투수로 활약하던 지난해 7월 개명 소식을 전했고, 12월에는 품절남이 됐다. 바뀐 이름에 대해서는 "형들은 아직 예전 이름을 많이 부른다. 그래도 이제 새 이름에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손)아섭 선배 때문은 아니고, 할머니께서 지어주신 거라 옛날 느낌이 있었다. 부모님과 식사하던 중 방송에 이름 이야기가 나왔고, 이참에 인생에 변화를 줘보자는 생각을 했다. 만족한다."
"작년 (이)승헌이가 시합 중에 다치지 않았나. 2군 시합 끝나고 (이)승헌이 선발 나간다니까 챙겨봤는데, 타구에 맞는 순간 나도 덜컥 겁이 났다.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다음날 연락했더니 떡볶이 먹고 있대서 안심했다."
중학교 때만 해도 투수와 포수, 외야수를 겸하는 재능 넘치는 선수로 유명했다. 용마고 이후 포수로 포지션을 정했고, 초고교급 포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7년 프로에 입성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입은 왼쪽 손목 유구골(갈고리뼈) 부상 이후 투수로 깜짝 전향한 것. 나균안은 "포수를 포기했다는 게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며 속상했던 속내도 내비쳤다. 하지만 나균안과의 인터뷰에서 포수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
포수는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이다. 자신을 포함해 9명 모두의 움직임을 보는 넓은 시야가 필수다. 반면 투수는 정반대다. 등 뒤의 팀원들을 믿고 타자에게 집중하는 역할이다. 나균안은 "포수할 때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포수들 마음을 나만큼 잘 아는 투수가 있겠나. 다른 선수들을 많이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수들 보면 포수하던 시절 생각나고, 1군 시합 보면 '아 내가 저기 앉아있어야하는데' 생각했었다. '내 꿈을 다시 찾자, 내게 주어진 일을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잡았다. 전엔 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 했다면, 지금은 아예 생각을 안한다. 투수 나균안에만 집중하고 있다."
롯데 선발진은 댄 스트레일리-앤더슨 프랑코-박세웅까지 3선발은 확정, 이후 서준원 이승헌 노경은 등이 선발 경쟁중이다. 나균안 역시 김진욱-최영환과 함께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나균안은 "불펜이든 선발이든 올해 1군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마냥 어린 신인도 아니고, 가정도 생겼다. 포수 출신이라 타자의 생각이 잘 보이는 게 강점이고, 제구도 자신있다. 야구선수로 성공해서 날 응원해준 아내와 부모님, 장인장모님께 보답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