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담갔지만 손으로 잡고 있던 발목 부위만 물에 잠기질 않았다. 그곳은 아킬레우스가 유일하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곳, 약점이었다. 아킬레우스는 나중에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당긴 활시위에 바로 그 발목 부위를 맞고 죽었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이란 의미로 쓰인다.
실제로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힘줄이기도 하다. 우리가 서있고, 걷고, 뛰고, 운동을 할 때 모두 이 아킬레스 힘줄이 사용된다. 이 부위가 부상을 입게 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노화와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아킬레스건염은 다르다. 40대까지의 비중이 전체의 74.2%를 차지한다. 왜 아킬레스건염 환자의 연령만 이렇게 '거꾸로' 가는 걸까?
이유는 아킬레스건염이 대부분 '높은 활동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 넘는 운동을 지속해서 하거나, 오래 달리기, 등산 등의 운동을 반복해 아킬레스 힘줄 부분에 스트레스가 계속 가해지면 발생한다. 그래서 중장년 층보다는 젊은 층,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은 "아킬레스건염의 증상은 발바닥이 붓거나 뒤꿈치 뼈 부분의 통증 또는 열감 등으로 나타난다. 걷거나 뛸 때도 아플 수 있고,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극심한 통증과 뻣뻣하고 경직된 느낌이 드는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엎드린 자세로 종아리를 누를 때 발목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병원장은 "아킬레스건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목이 비틀릴 정도의 과격한 방향전환이나 운동은 자제하고, 하이힐 등의 높은 신발보다는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필수다. 스트레칭은 꼭 아킬레스건염 뿐만 아니라 다른 관절에도 좋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아킬레스건염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만 만성화되면 보존적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세절개와 다중봉합술을 통해 재파열의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아울러 봉합 부위 위에 힘줄을 덧대어주는 Allocover(동종진피)접합술을 시행해 더 강한 힘줄로 복원도 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발뒤꿈치의 통증이 있거나 발목에 힘이 안들어 간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빠르게 받아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