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구단들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시장 환경이 얼어붙은데다 기대치 또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차우찬(34)과 유희관(35)은 지난해 11월 말 FA 시장이 개장된 이후 40일 넘게 미계약 신분을 벗지 못하고 있다.
원소속팀 말고는 사실상 갈 곳이 없다. 지난달 중순부터 LG 트윈스와 협상에 들어간 차우찬은 제시받은 조건을 받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희관은 새해 들어서야 두산 베어스와의 협상 테이블이 본격 마련된 모양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투수로 군림했던 둘은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평가를 받는 처지가 됐다.
LG는 차우찬과 재계약할 방침이지만, 조건은 4년 전과는 판이하다. 이미 지난 달 차우찬 측에 계약 조건을 전달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인센티브 조항이 폭넓게 들어간 2년 계약이 유력해 보인다. LG 차명석 단장은 "우찬이는 건강하다면야 문제될 게 없다. 크게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팀에 필요한 존재지만, 나이와 부상 위험에 따른 마이너스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차우찬은 그나마 FA 대박을 터뜨려 봐 '욕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유희관은 상황이 다르다. 나이 34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FA가 됐다. 대학 졸업후 입단한 데다 군복무를 마치고 1군 풀타임을 27살에 처음 소화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지만, 시장 평가는 기대치를 한참 밑돈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10승11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했다.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는 등 나름 역할을 했지만, 9월 발목 부상에 이어 10월 초 갑작스런 난조로 로테이션을 거르는 바람에 풀타임 선발 진입 후 최소인 136⅓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유희관 역시 2년 계약이 유력하다. 두산은 '합리적인 선'에서 대우한다는 방침이다.
차우찬과 유희관이 타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30대 중반의 나이와 최근 부상 경력, 그리고 부담스러운 보상금 때문이다. A등급인 유희관은 '선수 1명(보호선수 20인외)+9억4000만원' 또는 14억1000만원이고, B등급인 차우찬은 '선수 1명(보호선수 25인외)+10억원' 또는 20억원에 이른다. 협상 환경, 즉 현실이 막막하다는 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