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년 만에 연봉조정신청 선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KT위즈 불펜 에이스 주 권(26)이다.
주 권은 조정신청 마감일인 11일 구단을 통해 KBO에 연봉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조정신청은 2012년 LG 트윈스 이대형 이후 9년 만이다.
신청 취소가 없을 경우 KBO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열흘 이내인 21일 전까지 조정을 종결해야 한다. 주 권과 구단 측이 18일 오후 6시 전까지 제출할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선수와 구단 희망 연봉 중 하나를 택일하게 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조정심판이 이뤄진 건 총 20차례. 결과는 19승1패로 구단의 압승이었다. 선수요구액이 받아들여진 것은 2002년 LG 트윈스 유지현(현 트윈스 감독)이 유일무이 했다.
선수는 비교 대상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주 권은 올 시즌 홀드왕이다. 절반이 넘는 77경기에서 70이닝을 소화하며 6승2패 31홀드에 2.7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보이는 성적 뿐 아니라 실질적 내용도 좋았다. 마무리 이대은이 흔들리며 김재윤으로 교체되는 과정 속에서 KT 불펜의 버팀목이었다. 가장 터프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숱한 위기를 극복해 냈다. 명실상부 팀 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불펜 투수였다. 시즌 중 혹사 논란으로까지 이어졌을 정도다.
2019년까지 하위권에 머물던 팀 성적 탓에 1억5000만 원의 연봉에 묶여 있었던 점을 감안, 팀 성적이 난 이번만큼은 최소 1억 원 인상을 통해 자존심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
KT 구단 역시 형평성을 이야기 한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주 권의 공로가 크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불펜에서 희생한 만큼 많이 주고 싶다.
다만 시스템의 한계상 예외를 두기 어렵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정확한 구단 평가 시스템을 통해 산정된 7000만 원 이상을 인위적으로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외를 둘 경우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격감한 관중과 마케팅 수입도 인상 총액 규모에 부정적 여파를 미쳤다.
하지만 주 권은 구단의 평가 시스템 속에 도출된 인상 규모를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 결국 같은듯 다른 '형평성'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놓고 끝까지 평행선을 달린 양 측의 최종 선택지는 연봉조정 신청 뿐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