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릿!학교체육" 세계4강 댄서 예훈X힙합소녀들의 원팀[2021 코로나 극복!靑運]

2021-01-04 14:38:24

11월 6일 오후 서울 명륜동 한 스튜디오에서 '스포츠 한마당' 예선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경연이 펼쳐졌다. 대회에 참가한 고등부 'M.S.Y' 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명륜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11.06/

지난달 6일 밤 9시, 초겨울 야심한 시각 서울 대학로 한 빌딩의 지하 스튜디오는 대낮처럼 환했다. 뜨거운 비트의 음악 속에 청춘의 열기가 넘쳐났다. 에너지 넘치는 힙합댄스 전사들이 일사불란, 파워풀한 몸놀림으로 쉴새없이 합을 맞췄다. "청소년 스포츠한마당 대회에 출품할 영상을 촬영중"이라고 했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에어로빅힙합협회가 주관한 '힙합댄스 청소년 스포츠한마당'은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도전이었다. 대회 전체를 3주에 걸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11월 7일까지 규정에 맞는 1분30초 분량의 영상을 제출하면, 11월 14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대회 및 심사를 진행하고, 11월 21일 라이브 방송 시상식으로 수상팀을 발표하기로 했다.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어울려 함께 즐기고 배우는 '청소년 한마당' 대회 취지에 맞게 2회 이상 전국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학생선수와 '동호인' '스포츠클럽'에서 힙합댄스를 즐겨온 일반학생 3~5명이 한 팀을 짰다. 대회 제출 영상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초등부 '미니가드', 중등부 '레트로걸즈', 고등부 'J2K', 'M.S.Y' 등 4개 팀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구슬땀을 쏟아냈다.

▶세계 4강 선수 예훈이와 힙합소녀들의 '원팀'

이날 참가팀 중 유일한 남녀 혼성팀 M.S.Y가 단연 눈에 띄었다. '선수' 이예훈(16·경신고), '비선수' 김민하(16·신봉고) 권성원(17·안국고)으로 구성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힙합을 시작한 이예훈은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세계힙합댄스챔피언십에 막내로 출전해 4강에 오른 경험이 있는 '실력파' 댄서다. 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김민하 권성원과 대회 소식을 듣고 팀을 전격 결성했다. 각자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M.S.Y'를 팀명으로 정하고 두달 넘게 열띤 훈련에 몰입했다. 이예훈의 파워풀한 동작과 눈부신 기술 사이사이 김민하 권성원의 부드럽고 자신감 넘치는 댄스가 녹아들었다.

'선수' 이예훈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대회의 취지에 반색했다. "형들과 함께 대회에 나갈 때는 제가 막내여서 늘 잘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힙합댄스를 즐기는 친구들과 함께 할 때는 즐길 수 있어 재미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뜻밖에 이예훈은 동호인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걸 배운다"고 했다. "통상 남자는 힘이 있고, 여자는 부드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함께 하면서 힘과 부드러움을 겸비해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김민하 역시 "두달 넘게 함께 연습하면서 친해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순위나 승패를 떠난 '과정의 즐거움'을 털어놨다. 권성원은 "선수인 예훈이가 포인트를 잘 집어주고 모르는 동작도 잘 가르쳐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힙합댄스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스트레스도 풀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자신감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할 기회가 없었는데 같이 연습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2~3번만에 촬영을 마친 동료팀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는 시각,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에 여중생 트리오 '레트로 걸즈'의 무한도전이 시작됐다. 학생선수 지은아(14·단월중), 일반학생 장정우(14·불곡중) 박세은(14·신봉중)으로 이뤄진 이 팀은 "연습 때보다 잘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3명의 선수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려 7회 연속 공연이 이어졌다. 숨을 헐떡이며 스튜디오를 빠져나오는 '레트로걸즈'에게 이젠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땀에 흠뻑 젖은 '악바리' 소녀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코로나 시대, 여학생 체육X비대면 전국대회의 좋은 예

이번 대회 참가 열기는 뜨거웠다. 초등학교 37개 팀, 중학교 23개 팀, 고등학교 31개 팀 등 총 91개 팀, 3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코로나 시대, 학교체육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 모범적인 대회였다.

하민수 대한에어로빅힙합협회 사무처장은 "올해 코로나로 인해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활동하고 운동할 공간이 사라졌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연습해온 힙합 동아리 학생들과 선수들이 마음껏 실력을 뽐낼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대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학생의 신체활동량 통계에서 한국은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특히 운동이 부족한 여학생 비율은 무려 97.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힙합댄스는 운동을 기피하는 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중 하나다.

하 처장은 "여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고, 좋아하는 종목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방역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안전하게 대회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스포츠한마당'의 의미에 대해서도 "학생선수와 일반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잘 어울리지 못할 수 있는데, 이런 대회를 통해 똑같은 친구라는 걸 느낄 기회가 된다.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친구들과 나누는 좋은 계기"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후인 11월 1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스튜디오엔 18명의 공인 심판들이 집결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출전학생, 관객들과 함께 영상을 지켜보며 실시간으로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다. 허지성 대한힙합연맹 회장은 심사기준을 묻는 질문에 "스킬과 퍼포먼스에 주심의 감점 사항을 뺀 것이 최종점수다. 스킬은 힙합댄스의 다양한 장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잘 표현했는지, 퍼포먼스는 창의력, 무대 사용, 공간 활용 등을 채점한다"고 밝혔다.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충분한 연습도 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학생들의 실력은 예년과 비교해 어땠을까. 허 회장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현실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연습시간과 대회 참가 자체가 소중하고 감사한 시대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 그런 절실함 때문인지 좋은 무대가 정말 많았다."

또다시 일주일 후 2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시상식이 진행됐다. 초중고등부 1~3위뿐 아니라 러브, 피스, 유니티, 해빙펀, 비전, 빅토리, 글로리, 베스트팀상, 랜선응원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행복한 시상이 이뤄졌다. '루키'가 초등부 1위, '트리플H'가 중등부 1위, '킬더비트'가 고등부 1위에 올랐다.

수상 리스트엔 그날 밤 마지막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열정을 하얗게 불태웠던 '레트로걸즈'와 '미니가드'의 이름도 있었다. 땀은 헛되지 않았다. 영광의 '글로리상', 하나된 '유니티상'을 수상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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