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포커스]안전 장치 마련한 10개 구단, 144G 강행 근본적 요인

2020-11-20 12:00:00

2020 KBO리그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규정된 관중석을 가득 메운 양팀 팬들이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11.17/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코로나19가 만든 또다른 풍경. 10개 구단이 조금 늦었지만,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대표는 19일 제 6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KBO 규약 개정안이 통과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울 경우 선수단(감독, 코치, 외국인선수 포함)의 참가활동 기간, 연봉, FA 등록일수 등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KBO 규약과 선수단 계약서에 추가하기로 했다.

천재지변, 전쟁, 감염병, 법령의 규정, 법원의 판결, 정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명령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리그의 개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KBO 총재는 참가활동 기간을 조정할 수 있으며, 이 기간 내에서 선수단 연봉 지급을 제한하는 조건 등으로 참가활동의 제한, 중단 및 종료 등을 선언할 수 있다.

또 위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리그의 정상적인 운영 또는 선수의 참가활동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총재는 본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효력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했다.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리그 일정이 변경되어 예정된 경기 수가 축소된 경우, 구단은 선수에게 축소된 경기수에 비례해 연봉을 감액 지급하기로 했다. 단 최저 연봉 3000만원의 감액 하한선을 두기로 했다.

선수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조항도 추가했다. 예정된 경기수 또는 일정이 축소된 경우, FA 1시즌으로 인정되는 현역선수 등록일수를 축소된 경기수 또는 시즌 일정에 비례해 조정한다.

구단들이 마련한 안전 장치다.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천재지변이다. KBO리그도 개막이 한달 이상 지연되고, 정규 시즌 대부분을 무관중으로 치르는 불가항력적인 악재를 겪었다.

그러다보니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이 많았다. 올 시즌 대부분의 기간을 무관중으로 보내면서 구단들이 실질적으로 얻은 관중 수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마른 셈이다. KBO리그 구단들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9개 구단 모두 모기업의 광고비 지원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기본적인 관중 수익, 중계권료 등의 수입이 있어야 어느정도 균형이 맞는다. 올해는 '버는 돈은 거의 없이 지출만 그대로'인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경기가 모두 정상진행 됐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구단들은 각종 대출을 당겨서 받고, 자금 확보 방법을 찾는 등 매우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가 기존의 144경기를 고집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비난도 받았었다. 그러나 구단들이 올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전의 KBO 규약상, 경기수를 줄인다고 해도 선수단(감독, 코치, 외국인선수 포함) 연봉을 축소할 근거가 없었다. 메이저리그(MLB)처럼 KBO리그도 올해 정규 시즌 일정을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면, 오히려 중계권료는 내뱉어야 하고 선수단 연봉은 계약된 그대로 지급하는 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뻔 했다. MLB의 경우 연봉 삭감의 근거가 규약에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MLB는 정규 시즌 일정을 팀당 60경기로 줄이면서, 연봉 지출도 줄었다. MLB 선수들은 계약서에 적힌 올 시즌 연봉 액수의 절반 이하 금액을 손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BO리그는 이런 부분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 구단들이 144경기를 포기하기 힘들었던 근본적 요인 중 하나다.

연봉 지급과 관련한 규약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와 국내 대형 제약 회사들이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정확히 언제, 어떻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지 아직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KBO리그의 시즌 개막은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내년에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규약 개정을 시급하게 마련했다.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세계적 재난. 탄력적 구단 운영을 위한 보조 장치를 추가해야 KBO리그의 생존 위협을 줄일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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