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셔틀콕 쌍둥이'성지영 '명문 실업팀에서 대학생으로...새 성공시대'

2020-11-20 06:04:35

안동과학대의 성지영(왼쪽)이 김빛나와 함께 2020 회장기 연맹전 여자 대학부 여자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제천=최만식 기자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다시 배우면서 시작하고 싶어요."



18일 막을 내린 '2020 회장기 대학·실업배드민턴연맹전'에서 유일한 2관왕으로 화제에 오른 선수가 있다. 안동과학대 1학년 성지영(21).

성지영은 18일 열린 대학부 혼합복식 결승에서 풀세트 끝에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시간여 만에 이어진 여자복식서도 풀세트 승부를 승리로 이끄는 등 남다른 체력과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 덕분에 올해 창단한 안동과학대는 돌풍의 중심이 됐다.

초등학교 2학년 말 배드민턴을 시작한 성지영은 "선수생활 하면서 2관왕을 한 것은 생애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성지영이 화제가 된 것은 단순히 2관왕이기 때문이 아니다. 잘 나가는 실업팀 선수로 뛰다가 대학생으로 변신한 '첫 케이스'라는 이력의 소유자다.

그렇지 않아도 성지영은 배드민턴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쌍둥이 선수'로 유명했다. 웬만한 배드민턴 애호가라면 '성아영-성나영 쌍둥이 복식 자매'를 다 기억한다. 그 성나영(동생)이 성지영으로 개명했다. 성아영(MG새마을금고)-성지영은 주니어국가대표에 나란히 뽑혀 자매 복식조로 활약하면서 2013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U-15), 2017년 코리아주니어오픈(U-19) 금메달을 합작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언니를 따라 1년 늦게 배드민턴을 시작한 성지영은 언니와 함께 화려한 청소년기를 보낸 뒤 2018년 춘천 유봉여고 졸업과 함께 삼성전기(현 삼성생명)에 입단해 부러움을 샀다. 삼성전기는 국내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실업팀으로 이른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성지영에게 삼성전기는 '너무 큰 옷'이었던 모양이다. 단식 선수로 입단한 성지영은 실업 선수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선배 언니들이 너무 쟁쟁한 선수였다. 막상 들어가 보니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걸 느꼈다"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만큼 배움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롭기도 했다. 김가은 채유정 김나영 등 언니들이 국가대표여서 소속팀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만큼 '외톨이'의 허전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언니들이 대표팀에 갔다 복귀하면 기량이 또 발전해서 돌아오니 실력 차는 더 커지기 일쑤.

결국 성지영은 "대학에 가서 다시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남들 부러워하는 명문팀의 명패를 스스로 내려놨다. 때마침 안동과학대가 팀을 창단하는 과정이어서 늦깍이 입시에 성공해 2020학번이 됐다. 또래가 3학년일 때 신입생이 된 것.

공교롭게도 이번에 여자복식 우승을 합작한 김빛나(21)도 영동군청을 그만 두고 '친구 따라 안동으로 간' 케이스다. 성지영은 주니어대표 시절부터 '절친'인 김빛나에게 권유, 안동과학대의 최강 복식조를 형성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꿈꾸던 캠퍼스 생활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비대면 수업을 하고, 훈련 소집도 못하는 등 6개월 넘게 쉬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라켓을 잡았다. 그래도 성지영은 행복하다. 배울 게 많아서란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이 곳에서 배드민턴 실력을 더 갈고 닦아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실업팀에 다시 입단해 기죽지 않고 뛰고 싶은 게 목표다.

그렇다고 선수생활에만 연연하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주변 권유로 언니 따라 운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적성이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며 너스레를 떤 성지영은 "배드민턴뿐 아니라 스포츠 재활 등 다른 분야도 공부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고. 여전히 공부하고, 도전하고 싶은 게 많은 당찬 20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