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체육인 무시 참을 수 없어 연임 결심"[직격인터뷰]

2020-11-18 09: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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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18일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4월 개정된 새 정관에 따라 이 회장은 회장선거일 90일 전인 이달 20일부터 직무정지에 들어간다. IOC위원으로서 국제업무만 수행한다. 직무정지 일주일여를 앞두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대한체육회 집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여전히 분주했다. 인터뷰 내내 쉴새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회장선거 규정 정관 개정 승인까지 무려 6개월이 걸렸다. 문체부가 추진중인 KOC 분리와 관련해서도 이 회장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10일 '대한민국 체육 100년 기념' 타임캡슐 매설식엔 문체부 인사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4000억원 예산을 교부하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역대 체육회장 중 가장 정부와 관계가 나쁘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 이 회장은 "그 말은 곧 체육인들을 위해 제일 열심히 일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체육인들을 보호하고 권익을 진작시키고 체육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딪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임에 도전한 이유 역시 "체육인을 위해서"라는 같은 답을 내놨다. "사실 그만두고 싶었다. 내 나이 66세다. 20대부터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 돈도 있고, 8년간 조계종신도회장을 했으니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평생 여유롭게 즐기며 지낼 수 있다"고 했다. "20년간 근대5종, 카누, 수영 종목 회장으로 체육계에 몸 담으면서 지구 수십 바퀴를 돌았고, 선수단장도 2번(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이나 했고, 최고 성적을 거뒀고, 통합체육회 수장이 됐고, 평창동계올림픽도 잘 치렀고, IOC위원의 영예도 얻었고, 훈장도 받았다. 역대 회장 중 누구보다 많은 혜택을 받았고, 체육을 통해 모든 것을 이뤘다"고 돌아봤다.

고민 끝에 다시 4년의 임기에 도전한 배경에 대해 특유의 거침없는 대답이 이어졌다. "체육인들을 너무 무시하고, KOC를 일방적으로 마구잡이로 분리하려 하고, 체육인들을 멋대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체육회장은 체육인들의 '가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독한 결심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어제도 한밤중까지 국회 예결위에 체육회 예산을 요청하러 돌아다녔다. 앉아서 떨궈주는 예산만 받고 있어선 안된다. 내가 회장이 된 후 2880억원 예산이 4000억원까지 늘었다. 직접 발로 뛰어 확보한 예산도 300억원이다. 그렇게 해서 한해 11만6000명 체육인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흥교육센터 건립을 이뤘고, 연맹 직원들의 월급에 대한 정부보조금도 37%까지 늘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임기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첫째, 빙상계 미투 사건, 고 최숙현 사건 등 폭력과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체육이 100년 됐다. 빛나는 영광만큼 이면에 문제점도 악습도 많다. 하루이틀에 해결될 수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의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몰아세우고 '영구제명'만 하면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패자부활 기회가 없다. 회복할 기회도 줘야 한다"고 했다. "둘째,체육인들의 패배감이다. 민주화, 산업화 과정에서의 우리 체육인들의 헌신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체육인들의 패배감이 너무 깊다. 처지도 너무 열악하다. 일자리를 늘려주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내가 회장이 된 후 58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시군구에 180명, 상임심판 125명, 생활체육 지도자 300명 등이다. 각 부처, 국회, 총리실, 청와대 가리지 않고 발로 뛰었다. 특히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설득하기 위해 총리실만 30번은 더 간 것같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최근 문체부와의 대립 구도를 우려하는 시선, 정부 말을 안듣는다는 논란에 대해 "4000억원 정부 예산을 받긴 하지만 모두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일일이 결재를 받고, 감사를 받는다. 멋대로 쓰는 것은 한푼도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체육인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 직원이 278명이다. 사무처에 100명 선수촌에 150명이 근무한다. 날마다 수천 개 경기연맹, 시군구 협회의 민원, 소송, 이의신청이 쏟아진다. 가뜩이나 격무에 위에서 매일 감독하고 전화하는 분위기 속에선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체육회 직원들은 다 전문가들이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주고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의 7번째 권고 KOC분리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밝혔다. "2014년 플라자호텔에서 KOC분리를 추후 논의한다고 합의한 것은 사심없이 논의하겠다는 약속이지, 무조건 분리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금은 KOC 분리가 아닌 대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체육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만 13개다. 문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흩어진 체육 정책, 거버넌스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중복투자도 없어지고, 일자리도 생기고, 체육 전문가들을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관성 있는 체육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체육위원회(가칭)를 통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체육 정책을 하나의 틀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KOC 분리 조건으로 KOC위원장직을 받고 대한체육회장 출마는 포기하는' 딜을 거부한 이유도 밝혔다. "나는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체육인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건 비겁한 일이다"라고 했다. '결국은 KOC위원장직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세간의 '설'들도 있다고 하자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 시점에서 현직 회장이 가장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체육인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에둘러 표했다. "누가 나오는지 관심 없다.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다. 다다익선이다. 체육인들의 평가는 현명하다.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체육회장을) 안하면 된다.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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