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사증 입국중단 6개월에 외국인 관광객 96% 급감

2020-08-01 08:30:33

(제주=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중단된 지난 2월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무급휴직을 하느니 실업급여라도 받는 것이 낫겠다 싶어 퇴사했어요."



제주 시내 한 대기업 면세점에서 근무하던 A(31·여)씨는 지난달 사표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근무 중이던 면세점이 지난달 1일부터 임시 휴점하면서 무급휴직과 퇴사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차라리 실업급여라도 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언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 다시 면세점이 문을 열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가락만 빨 수는 없지 않으냐"며 "일단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중국어 전공을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중단조치가 반년째 계속되면서 그 여파가 거세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4일부터 코로나19 위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무사증 제도를 중단했다.

무사증 제도 일시 중단은 2002년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2월 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만4천256명으로 작년 동기(81만9천646명)와 비교했을 때 95.8%(78만5천390명)가 줄어들었다.

지난해만 해도 월평균 14만명의 외국인 여행객이 제주를 찾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최근 월 1천∼3천명 안팎만 제주를 방문하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단 1천159명으로 작년(13만9천360명) 대비 99.2%나 감소하기도 했다.

제주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90% 이상 끊긴 지 벌써 6개월에 이르면서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제주와 일본, 중화권, 동남아를 잇는 직항 노선 운항은 무사증 입국 중단 조치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지난 2월 중순께 완전히 끊겼다.

그나마 진에어가 지난달 16일부터 제주∼중국 시안 노선을 재개했지만, 사실상 반쪽짜리로 직항노선을 통해 입도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시안 노선은 출국 시에는 제주에서 탑승하지만, 입국 시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제주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최종 이동해 내리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던 도내 중소형 호텔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주요 고객이던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데다 내국인 관광객도 특급호텔과 리조트, 독채 풀빌라, 고급 펜션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성수기를 맞았지만 8월 예약이 30%도 차지 않았다.

도내 3성급 호텔을 운영하는 B씨는 "작년 8월 90% 이상 높은 예약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예약률이 10%를 밑돌았지만, 성수기만 기다리며 버텨왔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 일컬어지던 누웨마루거리의 텅 빈 거리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던 단체관광 여행사와 식당, 전세버스 등도 개점 휴업하거나 폐업에 내몰리는가 하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위기 때도 승승장구했던 시내 면세점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마저 문을 걸어 잠그는 등 외국인 관광시장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주 관광산업 피해액은 1조5천10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외국인 면세점과 카지노를 제외한 관광산업 피해액은 7천279억원으로 지역 업계의 피해가 상당한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여름 휴가철 도입 등으로 부분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내국인 관광시장과는 달리 외국인 관광시장은 회복세를 기약할 수 없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석 제주관광협회장은 "제주 관광산업 피해액이 1조5천여 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실제 관광 현장에서 느끼는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며 "골프장이나 5성급 호텔 등 일부 업종은 반짝 손님이 늘긴 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업종은 수입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관광업이 줄도산하기 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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