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같은 분" 정해성 감독 수상한 경질 그후, 호치민 선수들이 쏟아낸 감동 메시지[애프터스토리]

2020-07-31 05:11:00

사진출처=호치민 선수들 SNS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정해성 감독님은 우리에게 '제2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1 호치민의 새 역사를 쓴 정해성 감독이 지휘봉을 갑자기 내려놓던 날, 갑작스러운 비보에 호치민 선수단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 감독은 지난 25일 구단 수뇌부로부터 갑자기 교체를 통보받았다. 판정논란 속에 '디펜딩 챔피언' 하노이에 0대3으로 패한 직후다. 정 감독은 지난해 호치민 지휘봉을 잡은 후 2017년 승격 이후 2년 연속 12위에 머물던 팀을 준우승시켰다. 기껏해야 5~6위를 목표 삼던 팀에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믿음을 불어넣었다. 한일월드컵 4강, 남아공월드컵 16강 수석코치, K리그 제주, 전남 감독을 역임한 25년 경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강력한 위닝멘탈리티로 무장한 호치민은 역전승, 극장골을 몰아치며 승승장구했다. 리그 컵에서도 사상 최고 성적인 4강에 올랐고, 슈퍼컵에선 준우승했다. 정 감독은 사상 첫 AFC컵 진출까지 이끌며 호치민의 새 역사를 썼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5승2무4패(승점 17)로 리그 5위지만 2위 비텔과의 승점차는 불과 2점에 불과하고, 경기수도 많이 남은 상황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 내려왔다.

구단측은 정 감독에게 "사장이 임시 감독을 맡게 되니 기술위원장, 축구센터장이 돼달라"고 했다. 정 감독은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만 두겠다"고 답했다.

정 감독의 교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호치민 선수들은 연일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정 감독과 함께 한 추억을 올리며 아쉬움, 실망, 감사, 존경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수비수 응고 퉁 쿡은 베트남 현지 매체 소하를 통해 "정해성 감독님이 더 이상 호치민의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2년째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정 감독님 덕분"이라고 고개 숙였다. "정 감독님이 호치민을 위해 하신 수많은 일들은 지난 시즌 성과로 증명됐다. 우리는 감독님을 '제2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단순히 그라운드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식사, 숙소까지 세심하게 보살펴주셨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이 호치민에 부임한 후 한국 교민, 동문, 축구계 선후배 기업가들의 후원이 밀려들었다. 조장희 JS건설 회장, 이형수 건영건설 회장 등이 선수 영양식, 경기 전 호텔 숙박 등을 후원하며 사기를 올려줬다. 응고 퉁 쿡은 "선수생활을 통틀어 사비를 털어 팀에 인삼음료를 사먹이고, 선수단 전원을 초대해 고기를 사주시는 감독은 처음이었다. 감독님 지인들의 후원 덕분에 우리는 매경기 전날 호텔에 머물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 풀백 응구옌 콩 탄 역시 "이렇게 프로페셔널한 감독님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선수들을 늘 아들처럼 아끼시는 분이셨다. 내게 정해성 감독님은 아버지와 같다. 2년 가까이 함께 지내면서 감독님은 나를 프로 축구선수로 가르쳐주셨을 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셨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선수들의 사진과 메시지가 쏟아졌다. 주전수비수 삼 응곡 둑은 "지난 28경기동안 1장의 카드도 받지 않았다. 감독님을 만난 후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될 것같다"면서 "감독님께 축구뿐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트란 탄 빈은 "감독님은 아버지처럼 늘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더 좋은 것을 해줄지, 더 편하게 해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분이셨다. 감독님의 제자라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마지막까지 모든 사람들의 존중을 받으셨으면 한다"고 썼다. "이 팀은 이 자리까지 올려놓은 분이 감독님이십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골키퍼 응구옌 손 하이) "항상 선수들만 생각하신 감독님, 한국에 가서 부상 치료도 받게 해주시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주셨던 감독님, 감독님과의 추억 평생 간직하겠습니다."(미드필더 트란 피 손) 아쉬움 가득한 선수들의 진솔한 작별인사에서 '대한민국 대표 지도자' 정 감독의 품격이 새삼 드러났다.

좋은 리더는 부하들이 인정한다. 좋은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본다. 지난 1년 8개월간 베트남과 호치민 축구 발전을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했던 '베테랑 사령탑' 정해성 감독의 진심을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 감독은 현재 호치민 구단과 잔여 연봉 지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2021년 11월까지 17개월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귀국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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