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큰 절친 DB 김종규-두경민, 밤샘 고민 사연

2020-07-30 06:00:00

원주 DB의 '절친 듀오' 김종규(왼쪽)와 두경민이 새 시즌 각오를 다지고 있다. 원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야, 네가 먼저 시작한거다!"



'절친' 김종규와 두경민(이상 29·원주 DB)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렸다.

사연을 이렇다. 인터뷰를 앞두고 일찌감치 원주종합체육관 훈련장에 도착한 두경민이 "JK"를 연발했다. 옆에 있던 구단 관계자는 두경민에게 "JK가 누구냐"고 물었다. 바로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JK'가 등장했다. 바로 김종규였다. 두경민은 김종규의 이니셜을 따서 외국식으로 "JK"라 불렀던 것.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 과연 김종규는 두경민을 뭐라고 부를까. 김종규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두똘(두경민+똘끼의 합성어)'이죠"라며 웃었다.

김종규의 한 방. 두경민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야, 네가 먼저 시작한거다"라며 "김종규 별명은 '관종(관심 받길 원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에요. 앞으로 김종규 아니고 관종이라고 불러주세요"라며 맞받아쳤다. '으르렁' 절친. 구단 관계자는 익숙한 듯 "에휴, 또 시작이네"라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두똘 vs 관종, 10년 우정이 만든 안전장치

인터뷰 전부터 한 방씩 주고받은 둘. 하지만 익숙한 분위기인 듯 했다. 10년 넘게 쌓아온 두터운 우정이 '안전장치'였던 것이다.

두경민과 김종규의 인연은 10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두경민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봤어요. 천안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때 (김)종규를 처음 본 거죠. 엄청 키 큰 애가 계속 3점슛을 넣는 거에요. 사실 종규가 지금은 센터지만 그때는 슈터였거든요. 한 경기에서 3점슛을 6개씩 넣었어요"라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강렬했던 첫 인상. 둘은 3년이 지난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회에서 다시 마주쳤다. 물론 그때도 그냥 스쳐가는 사이였다. 두경민과 김종규의 '브로맨스(남자간의 매우 두텁고 친밀한 관계)'가 시작된 건 경희대 진학 후의 일이다.

두경민은 "종규는 고등학교 랭킹 1위였어요. 대학 무대에서도 강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죠. 오세근 선배(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반면 저는 감독님께 '매니저 할 생각 없냐'는 얘기를 듣던 선수였어요. 종규는 제게 엄청난 자극제가 됐죠. 아, (김)민구(울산 현대모비스)도요. 두 선수를 보면서 더 열심히 노력했어요. 방학 때는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농구했어요"라며 회상했다.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는 김종규, 앞선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두경민. 이들은 경희대를 최강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2013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각각 1순위와 3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전체 1순위 김종규는 창원 LG, 두경민은 DB의 유니폼을 입었다.

▶밥 한끼면 충분, 어깨 뽕 빼고 성장한 절친

'절친'에게는 프로도 두렵지 않았다. 두 선수는 데뷔 시즌부터 주축으로 활약하며 KBL 무대를 흔들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그래서였을까. 둘은 "어깨에 '뽕'이 많이 올라갔었다"며 웃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두경민은 지난 2018년 2월 '태업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이상범 DB 감독은 두경민이 팀워크를 해쳤다며 크게 질타했다. 두경민은 한동안 코트를 밟지 못했었다. 두경민과 김종규, 그리고 김민구 사이의 불화설도 나돌았었다. 그 탓에 둘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한동안 제대로 연락도 못했었다.

파란만장(?) 10년의 세월을 보낸 두 사람. 한국 나이로 서른 줄에 접어든 2020년 농구 코트에서 재회했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김종규가 FA(자유계약)로 DB 유니폼을 입었다. 두경민은 2020년 1월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코트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그동안의 오해를 푸는 데는 '밥 한끼'면 충분했다.

다시 맞잡은 두 손. 김종규와 두경민은 펄펄 날았다. 덕분에 DB는 지난 시즌 서울 SK와 공동 1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이제야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두 사람.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김종규는 "요즘 (두)경민이랑 정말 많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저희가 만으로는 20대지만, 30대로 접어들었거든요. 생각해보니 팀 내에서도 중참이 됐더라고요. 예전에는 막내였는데 이제는 챙겨야 할 후배가 생긴거죠. 물론 김태술 윤호영 김태홍 김현호 선배들이 있지만 언제까지나 형들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농구 외적인 면에서도 성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밤 새 얘기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두경민도 "형들의 무게감은 여전해요. 하지만 앞으로는 저와 종규의 역할에 따라 팀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죠. 어떻게 보면 저희가 세대교체의 선봉장이잖아요. 그 시작점인 것 같아서 생각이 많아요. 새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저와 종규 모두 조금 더 성장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둘이 뛸 때 승률이 높았거든요. 부상 없이 코트 위에서 재미있게 농구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말을 덧붙였다.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본 이 감독은 "종규는 연봉킹, 경민이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확실히 성장한 모습이 보인다. 과거에는 자기 중심적인 면이 있었을 수도 있다. 지금은 후배들도 잘 챙기고 있다. 둘의 성장은 우리 팀에 큰 힘"이라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불과 30분 만에 '예능'에서 '다큐'까지 찍어낸 두 사람. 김종규는 민망한 듯 "저희가 원래 농구 얘기하면 진지하거든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민망함도 잠시. 김종규는 인터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경민아, 우리 사진 찍을 때 포즈 맞출까. 팔짱끼고 찍는거 어때. 농구대 배경이 좋겠지?" 훌쩍 큰 절친은 마지막까지 유쾌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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