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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바뀐 걸까? 제네시스 부분변경 일렉트리파이드 GV70은 승차감부터 정숙성까지 무척 좋은데 전기차로서 특징이 별로 없네..내연기관 3.5터보 모델보다 2000만원이나비싼데..그래서 안 팔리는 것일까~”
2020년 처음 등장한 GV70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의 중핵을 담당하는 대표 모델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제네시스 차량이다. 국내에서도 GV70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내연기관 모델은 3만4천여대가 팔렸다.
문제는 전기 GV70이다. 겨우 400대를 넘겼다. GV70 전체 판매량의 2%도 안 되는 숫자다. 전기차로서 장점이 떨어지는데다 3.5터보 내연기관 모델보다 2000만원 이상 비싸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장바구니에 넣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다. 전체적으로 제네시스 전기차는 판매가 부진하다. GV60과 더불어 판매 부진에 빠진 모델이다.
부분변경 일렉트리파이드 GV70은 사륜구동 풀옵션이다. 파퓰러패키지, 파노라마선루프, 빌트인캠, 드라이빙어시스턴스II, 컨비니언스패키지, 뱅앤올룹슨사운드패키지, 아웃도어패키지까지 들어가 가격은 무려 9486만원에 달한다.
친환경차 혜택을 받아 개소세 3.5%를 적용해도 9006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8700만원대로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GV70 3.5터보 AWD 풀옵션은 6565만원이다. 스포츠 패키지 335만원을 추가해도 7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풀옵션끼리 비교해도 전기차가 2천만원이나 비싸다.좋게 말하면 GV70 전동화모델은 전기차임을 티를 내지 않는다. 공력 성능을 위해 디자인을 포기 하지 않았다. 주행거리 10km 늘리는 것보다 디자인 완성도를 10%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실내외 모두 제네시스 고유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구현했다.디자인은 역시나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일렉트리파이드 GV70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 우아한 외관이 매력이다.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LA)를 탑재한 제네시스 시그니처 쿼드 램프와 두 줄 크레스트 그릴이 돋보인다.
측면은 거의 바뀐 게 없다. 유려한 라인과 균형 잡힌 비율도 인상적이다. 대신 새롭게 바뀐 20인치 휠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5스포크를 살리면서도 전기차다운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살려냈다. 최근 나온 GV60 페이스리프트 휠 디자인과 동일하다.
후면은 디자인의 최고점이다. 전면 강인한 인상과 함께 후면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쿠페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실루엣으로 GV70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더한다. 기존 후면 하단부 범퍼에 위치해 불만이 나왔던 턴 시그널을 상단 리어램프와 통합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기존 고객의 불만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실내는 럭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급 소재와 정교한 마감 처리로 돋보인다. 1열 편안한 에르고 모션 시트는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을 최소화한다. 페이스리프트의 가장 큰 변화는 하나로 이어진 2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최신 기술을 탑재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소음 억제 기술인 ANC-R과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하여 풍절음을 비롯한 외부 소음도 확실히 줄었다. 특히 도어패널과 손잡이까지 연결된 앰비언트 라이트와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는 제네시스 만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앙 콘솔의 각종 버튼과 다이얼의 조작감도 뛰어나다. 모든 버튼과 스위치가 직관적으로 배치돼 운전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대신 전기차인데도 적재공간은 상당히 부족하다.
센터 콘솔도 내연기관 모델 그대로다. 무척 작다. 조수석 글로브박스도 너무 작아 활용성이 떨어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한계를 실내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열 좌석은 여전히 좁은 편이다. 신장 178cm 기자가 편하게 앉았을 때 레그룸이 넉넉하지 않았다. 뒷좌석에서 자유롭게 공조 장치를 조절할 수 있게끔 컨트롤러를 넣어놓은 것은 확실히 럭셔리 브랜드다운 장점이다.
트렁크 역시 매우 좁다. 용량은 503L로 내연기관 모델의 542L보다 작아졌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배치하다 보니 공간에서 손해를 봤다. 전기 SUV의 넉넉한 적재공간 장점을 살려내지 못한 셈이다.
본격 시승에 나섰다. GV70 전동화모델은 앞과 뒤에 각각 하나의 전기모터가 조합되는 AWD 단일 트림만 판매한다. 부스트 사용시 최고출력 482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등 기본적인 주행 모드 외에 e-터레인 모드도 마련했다. 전기모터의 출력 및 구동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앞 100, 뒤 0혹은 앞 0, 뒤 100으로 구동력을 배분할 수 있다. 눈길, 모래길, 진흙탕길 세 가지다.배터리 용량은 기존 77.4kWh에서 84kWh 소폭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신형 전용 전기차와 동일하다.
승차감과 가속력은 일품이다. AWD 시스템은 다양한 도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보다는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10여초간 스포츠카 이상의 다이나믹한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도 도로의 굴곡을 부드럽게 흡수하여 승차감을 높여준다. 주행성능 만큼은 여느 럭셔리 브랜드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360도 어라운드 뷰 시스템은 주차 시 주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주행 중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전비다. 20인치 휠 기준 공인 전비가 4.2km/kWh에 불과하다.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뚝뚝 떨어진다. 준중형인데도 2.3톤에 육박하는 육중한 무게로 인한 한계가 극명히 나타난다.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도 달려 있다. 시트 바깥쪽 옆면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안마 기능은 안락하고 편안하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번에는 오디오 테스트다. 뱅앤올룹슨 시스템은 입체감 있고 베이스를 제대로 살려주는 음량을 선사한다.
승차감은 국내 도로에 맞게 다소 부드럽지만 꽉 쪼여주는 느낌이다.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핸들링이 부족하지 않다. 후미가 휘청거리면서도 몸놀림까지 보여준다.
오버 스티어 경향도 일부 나타나지만 재빠르게 전자장비가 개입해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승차감 역시 딱딱하지 않으면서 도로의 상태를 운전석까지 요긴하게 전달해준다.
트렁크에 위치한 V2L 기능을 지원하는 220V 콘센트도 매력이다. 250V, 16A로 대략 4000W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외부 충전 포트에 V2L 어댑터를 꽂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전체적으로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V70 부분변경은 소비자의 불만을 적극 반영해 단점을 제대로 고쳤다. 기존 우아한 디자인을 살리면서 디테일을 보강했다. 배터리를 하단에 깔고 무게가 2.3톤에 육박하면서 승차감은예술 수준으로 올라왔다.
여기에 조용한 정숙성,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컬러, 차박까지 고려한 2열 평탄화와 전기차 특유의 에르고모션 시트를 이용한 취침 기능까지 가격을 빼고는 불만을 찾기 어려웠다.
423km로 기존 모델대비 23km 늘어난 인증 주행거리도 굿이다.하지만 낮은 전비와 무엇보다도 9천만원에 육박하는 실구입 가격은 이 차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요소다.
한 줄 평
장점 : 승차감 만큼은 플래그십 세단 부럽지 않다..진짜 조용하고 나긋하다
단점 : 모든 장점을 한 방에 잊게 하는 높은 가격과 적재공간 부족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