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외치던 신풍제약…미공개 정보 매도 의혹 오너 2세 검찰 고발에 주가 '↓'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2-26 09:06


신풍제약의 재건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오너일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임상 실패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 수백억원의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너일가가 비자금 의혹 관련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추가된 의혹이다. 사실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지면서 2025년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신풍제약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심각한 오너리스크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만큼 자체 성장동력 마련은 어렵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단 신풍제약은 미공개중요정보 활용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검찰 고발 혐의는 투자자 신뢰도 상실로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기업가치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일 제3차 정례회의를 열고 장 전 대표와 신풍제약의 지주사인 송암사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증선위는 정 전 대표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369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봤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을 진행했으나 2상에서 시험 주평가지표의 유효성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고, 장 전 대가 해당 정보 공개 전인 2021년 4월 자신과 가족들이 운영하는 송암사가 보유한 신풍제약의 주식 지분을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대량 매도했다는 것이다. 송암사는 자사가 보유한 신풍제약 주식 1282만 1052주 중 3.63%에 해당하는 200만 주를 주당 8만4016원에 처분했다. 오너 일가는 이를 통해 1562억원의 매매차익을 얻고, 369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증선위는 장 전 대표가 신풍제약과 송암사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임상 실패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송암사의 블록딜 매각에 신풍제약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오너일가의 차익 실현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블록딜 공시 전 9만원 대였던 주가는 공시 이후 6만원 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임상 실패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며 주가는 최근까지 1만원대로 낮아졌다. 여기에 장 전 대표의 검찰 고발로 인해 25일 오전 11시 기준 주가는 9140원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며 지난 2020년 9월 21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것과 비교하면 주가 하락 폭은 90% 이상에 달하고, 최근 1만~1만1000원대였던 주가와 비교해도 10%가량 하락했다.

신풍제약은 올해 자체 개발신약인 골관절염 치료제 '하이알플렉스주'와 국내 제약기업들과 공동개발한 '아보시알' 등의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신년사에서 "2025년은 신풍제약이 쌓아온 R&D 역량을 토대로 국내 및 해외시장 개척, 신약과제 가시화,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적인 회사 발전의 기반을 구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장 전 대표 퇴진 이후 신풍제약을 이끌어 온 전문경영인이다.

그러나 최근 장 전 대표의 추가 검찰 고발로 인해 신풍제약의 재도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복되는 오너가의 일탈 의혹은 투자자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장 전 대표는 증선위 검찰 고발에 앞서 지난해 의약품 원료 납품 업체와의 허위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장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사건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지주사인 송암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풍제약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오너의 부재는 연구개발을 비롯해 굵직한 투자가 필요한 경영 전략 수행 등의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 처분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부당이득금 3~5배 규모의 벌금 부과 등이 일반적이다.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도 가능하다.

신풍제약은 증선위의 장 전 대표 관련 검찰 고발 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성명서를 통해 장 전 대표가 지분 매각 당시 사전 임상 실패 관련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풍제약은 "신풍제약 주식 매각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행동이라고 증선위는 의결했지만 2상 결과는 지난 2021년 7월에 공시됐고 내·외부 검사 정확도 평가가 풀려 내부자료로 예측이 가능한 시점도 2021년 5월로 실질적인 주식매매 시점인 2021년 4월에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사주의 일부 매각은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와 성공 시 생산시설에 대한 보안 등의 대규모 투자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며 "회사를 믿고 기다려준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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