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동백, 유채' 꽃바람 살랑…겨울잠 깬 꽃망울, 봄이 왔나 봐요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2-25 14:34


'매화, 동백, 유채' 꽃바람 살랑…겨울잠 깬 꽃망울, 봄이 왔나 봐요
◇광양의 매화마을에 들어서면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이른 봄, 광양은 따뜻한 지리적 특성상 매화가 일찍 핀다. 사진제공=승우여행사

매섭던 겨울 찬 바람이 제법 잔잔해졌다. 움츠렸던 꽃망울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고,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봄이다. 꽃바람 살랑이는 계절, 설렘을 만끽할 수 있는 꽃 여행지를 소개한다. 국내외 트래킹 전문 여행사인 승우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대중성과 교통접근성 등을 고려, 2월부터 3월까지 딱 이맘때만 볼 수 있는 계절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꽃길을 걸으며 단순한 여행을 넘어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고, 국내 작은 소도시의 매력을 느끼다 보면 들뜬 걸음이 빨라진다.


'매화, 동백, 유채' 꽃바람 살랑…겨울잠 깬 꽃망울, 봄이 왔나 봐요
◇이른 봄, 매화의 시즌이다. 전국에 많은 매화의 명소가 있지만, 3월이면 서울의 청계천에서도 매화를 즐길 수 있다. 청계천 매화거리는 지하철 2호선 용답역 쪽에서 신답역 사이에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가장 먼저 피는 꽃 '매화'

매화는 모진 겨울을 이겨내며 고고한 자태로 꽃을 피우는데 이는 봄의 시작을 이야기한다. 매화나무는 개화 시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일찍 피면 '조매', 추운 날씨에 피면 '동매', 눈 속에 피면 '설중매'라고 한다. 매화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 봄을 일찍 느낄 수 있는 곳은 순천 금전산&금둔사, 광양 매화마을, 곡성 보성강 일대를 꼽을 수 있다. 순천 금전산&금둔사는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과 어우러진 매화 명소로, 100그루 이상의 매화나무 중 '납월매'라고 불리는 6그루가 유명하다. '납월매'란 음력 12월에 꽃을 피우는 매화를 의미하며 일반 매화보다 한두 달 일찍 핀다. 광양 매화마을은 약 30만 평의 매화나무 군락지로 청매화, 홍매화, 능수매화, 산수유와 1800여 개의 매실을 원료로 한 고추장과 장아찌를 볼 수 있다. 곡성 보성강은 국가하천으로 섬진강과 합류하여 약 18km의 길이로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어 매화꽃이 핀 보성강을 바라보며 달리거나 걷기 좋다. 3월이면 서울 청계천 매화거리도 매화꽃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된다. 청계천 매화거리는 지하철 2호선 용답역 쪽에서 신답역 사이의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중간에 담양 대나무거리도 있어 마치 서울이 아닌 남도의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매화, 동백, 유채' 꽃바람 살랑…겨울잠 깬 꽃망울, 봄이 왔나 봐요
◇순천 선암사의 홍매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대웅전을 지나 각황전과 무우전이 있는 종정원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20그루의 홍매화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승우여행사


귀해서 붙여진 이름 '홍매화'

홍매화는 고결한 마음을 상징하며 색에 따라 붉은색은 '홍매화', 녹색은 '청매화'로 불린다.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꽃이 피어 있다. 홍매화는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가치를 지닌다. 천연기념물인 4대 매화는 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 강릉 오죽헌, 장성 백양사를 꼽을 수 있다.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는 '화엄매'라 불린다. 화엄매는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숭고한 나무로, 다른 지역보다 색이 짙고 두 줄기가 꼬인 채로 꽃을 피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순천 선암사는 여러 꽃나무 중 홍매화가 가장 먼저 피며, 수백 년 된 2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어 승선교와 사찰 전체가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중 '선암매'라 불리는 매화 한 그루가 압도적이다. 강릉 오죽헌은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그의 어머니인 신사임당과 함께 직접 매화나무를 가꾸었다. 사실 오죽헌은 검은 대나무로 유명하지만 봄이 되면 600여 년이 된 '율곡매'인 매화나무에서 연분홍 매화를 볼 수 있다. 장성 백양사는 사찰 이전 과정에서 백매는 사라지고 350년 된 홍매 한 그루만 남아 있어 귀한 자태를 뽐내는 홍매를 '고불매'라고 불린다. 고불매는 홍매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매화, 동백, 유채' 꽃바람 살랑…겨울잠 깬 꽃망울, 봄이 왔나 봐요
◇동백은 3월 말까지 아름아운 자태를 뽐낸다. 동백나무는 남쪽의 따뜻한 남쪽에 주로 자생하며, 고창 선운사 일대에선 붉은 동백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승우여행사
'붉은 심장' 3월 떨어지는 꽃잎 '동백꽃'

동백꽃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낼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3월 말까지 붉고 싱그러운 자태를 뽐낸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꽃잎이 떨어지는데 이는 레드카펫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동백나무는 제주, 울릉도를 비롯해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자생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숲으로 유명한 곳은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등이 대표적이다.


강진 백련사는 1500여 그루에 동백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한 곳이다. 백련사에서는 고즈넉한 사찰과 동백나무숲이 조화를 이루며, 봄이 되면 동백꽃이 절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고창 선운사는 산불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를 심어 조성했으며 이는 대웅전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싼 울창한 동백나무숲이 장관을 이룬다.


'매화, 동백, 유채' 꽃바람 살랑…겨울잠 깬 꽃망울, 봄이 왔나 봐요
◇제주의 녹산로는 3월이면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다. 봄을 대표하는 유채꽃과 벚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노란 물결이 주는 따뜻함 '유채꽃'

봄 하면 유채꽃이다. 제주에서도 남단에 있는 서귀포시에는 3월이면 유채꽃이 피기 시작한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고, 꽃향기는 봄기운을 물씬 느끼게 한다. 조금 더 제주 사람처럼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산방산을 배경으로 유채꽃을 담거나, 한담해안산책로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유채꽃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녹산로의 유채꽃길은 특별함을 더한다. 녹산로는 서귀포 가시리마을에 있다. 벚꽃과 유채꽃을 함께 볼 수 있다. 자동차도로 양옆에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많이들 이용하지만, 그만큼 차가 막힌다. 녹산로 초입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걷거나 유채꽃프라자에서 숙박 및 카페 시설 이용을 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녹산로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엉덩물계곡, 성산일출봉, 녹산로, 산방산, 함덕 서우봉 일대 등에는 유채꽃이 많아서 노랗게 물든 제주의 봄을 마주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마주하고 싶다면 3월 제주로 떠나면 된다. 전농로에는 제주 벚꽃이 한창일 게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10분 남짓 달리면 닿는 전농로는 예로부터 벚꽃 명소로 입소문을 탄 곳이다. 오랜 수령의 나무가 많아 나무가 굵고, 꽃도 크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국내 특산종 왕벚나무가 대부분이다. 꽃 시즌에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나뭇가지와 꽃이 하늘을 가리는 벚꽃터널이 만들어진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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