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느끼는 여유로움, 떠나기 전 분주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여행지로 떠나는 여정이다. 힘들고, 고단할 수 있지만 여행의 진짜 시작은 이때부터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울진'. 그곳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올해 초 동해선이 개통된 이후 기차 편을 이용해 울진행이 가능해졌다. 기차와 차를 이용해야 했던 곳에 일어난 변화는 주변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서울 출발 기준 강원도 중심인 강릉,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정동진역을 거쳐 울진역까지 도착하기까지 소요 시간은 환승 포함 3시 30분~4시간 남짓. 기차의 편안함에 양손이 자유로워진 만큼 울진의 여행지를 찾고, 또 찾는다. 산부터 강, 바다까지 가고 싶은 곳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겨울이면 살이 단단하게 차오른 대게가 눈길을 끈다. 대게 잡이가 한창인 요즘, 울진 바다의 파도는 거칠다. 수백 미터 깊은 수심에서 품고 품었던 제 식구를 떠나보낸 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한민국의 허파 역할을 하는 금강송숲도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에 충실한 우리네 삶을 닮았다. 울진의 주요 여행지는 우리네 삶을 닮아 친숙하고, 힐링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
|
찬바람이 유독 거센 요즘, 속살이 단단하게 오른 대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울진의 작은 항구 마을 후포리를 찾으면 된다.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4일 동안 후포항 일원에서 울진대게축제가 열린다. 후포항은 그동안 제대로 된 숙소가 몇 없었지만, 최근 다양한 형태의 신규 숙박 시설이 생겨나는 등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가고 있다. 후포항 인근에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비롯해 대게홍보전시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
울진의 겨울 바다는 파도가 거세다.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동해 특성이 반영됐다. 서핑에 '서'자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이내 생각을 접는다. 가족과 함께 떠난 울진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찬 바람을 뿜어내는 대자연과 맞서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울진의 겨울 바다는 하얀 물보라와 함께 제 매력을 뽐낸다. 이럴 때 선택하면 좋은 곳은 국립해양과학관이다.
|
|
혹시 바람이 불어 바닷속전망대가 열리지 않았다면, 해양과학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다양한 체험형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
|
울진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죽변스카이레일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다. 코스는 죽변항~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8km A코스, 후정해변~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km의 B코스가 있다. 현재는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시속 5km 속도로 달리며 울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스카이레일을 타고 죽변의 명물인 하트해변,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죽변등대를 볼 수 있다. 동해의 청정한 해안가를 달리며 천혜의 자연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
|
금강송 군락지에 자리한 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 금강송을 테마로 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로 금강송 테마 전시관, 금강송 치유센터, 숲 체험길, 찜질방, 유르트, 특산품 전시장 등을 갖췄다.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철저하게 보존해 온 금강송 숲길은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금강송 에코리움은 '산림 속의 보물섬'이다.
|
|
|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