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떠나는 울진 오감여행…이번 주말에 대게 먹으로 갈까?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2-17 05:46


기차타고 떠나는 울진 오감여행…이번 주말에 대게 먹으로 갈까?
◇매일 오전이면 후포항에서 갓 잡아온 대게의 경매가 진행된다. 지난 7일 방문한 후포항 대게 위판장에서는 살이 단단하게 오른 붉은 대게의 경매 진행이 한창이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여행의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느끼는 여유로움, 떠나기 전 분주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여행지로 떠나는 여정이다. 힘들고, 고단할 수 있지만 여행의 진짜 시작은 이때부터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울진'. 그곳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올해 초 동해선이 개통된 이후 기차 편을 이용해 울진행이 가능해졌다. 기차와 차를 이용해야 했던 곳에 일어난 변화는 주변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서울 출발 기준 강원도 중심인 강릉,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정동진역을 거쳐 울진역까지 도착하기까지 소요 시간은 환승 포함 3시 30분~4시간 남짓. 기차의 편안함에 양손이 자유로워진 만큼 울진의 여행지를 찾고, 또 찾는다. 산부터 강, 바다까지 가고 싶은 곳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겨울이면 살이 단단하게 차오른 대게가 눈길을 끈다. 대게 잡이가 한창인 요즘, 울진 바다의 파도는 거칠다. 수백 미터 깊은 수심에서 품고 품었던 제 식구를 떠나보낸 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한민국의 허파 역할을 하는 금강송숲도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에 충실한 우리네 삶을 닮았다. 울진의 주요 여행지는 우리네 삶을 닮아 친숙하고, 힐링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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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리의 식당에선 대게를 쪄주는 곳이 많다. 게를 뒤짚었을 때 배가 흰색이라면 대게, 붉은 색이라면 붉은 대게다. 대게가 단맛이 뛰어나다면, 붉은 대게는 짬쪼름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단맛 품은 대게'

매년 돌아오는 2월이지만, 매번 설렌다. 제철을 맞은 대게를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울진에서 즐기는 대게는 크게 두 종류다. 대게와 일명 홍게로 알려진 붉은 대게다. 대게와 붉은 대게는 생김새가 비슷히지만, 뒤집어 보면 붉은 대게는 몸 전체가 붉은색이다. 붉은 대게가 대게에 비해 가격이 조금 저렴한 편이지만, 맛에는 뒤처짐이 없다. 대게와 붉은 대게를 함께 즐기면 가성비와 가심비 높은 미식 여행이 가능하다. 대게가 단맛이 뛰어나다면, 붉은 대게는 짭쪼름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감칠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일부러 붉은 대게를 찾는다는 게 울진 후포리에 있는 왕돌초회수산 대표의 말이다. 왕돌초회수산에서는 강도다리회도 내놓는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함이 뛰어나다. 후식으로 즐기는 게딱지 비빔밥과 게 다리를 넣은 라면까지 즐기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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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리는 작은 항구 마을이다. 후포항 인근에는 등기산 스카이워크 등 울진 바다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사진제공=지엔씨21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수중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말한다.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찬바람이 유독 거센 요즘, 속살이 단단하게 오른 대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울진의 작은 항구 마을 후포리를 찾으면 된다.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4일 동안 후포항 일원에서 울진대게축제가 열린다. 후포항은 그동안 제대로 된 숙소가 몇 없었지만, 최근 다양한 형태의 신규 숙박 시설이 생겨나는 등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춰가고 있다. 후포항 인근에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비롯해 대게홍보전시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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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은 지난해 말 바닷속전망대를 재개관했다. 사진=김세형
아이 맞춤형 용왕 체험 '국립해양과학관'

울진의 겨울 바다는 파도가 거세다.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동해 특성이 반영됐다. 서핑에 '서'자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이내 생각을 접는다. 가족과 함께 떠난 울진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찬 바람을 뿜어내는 대자연과 맞서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울진의 겨울 바다는 하얀 물보라와 함께 제 매력을 뽐낸다. 이럴 때 선택하면 좋은 곳은 국립해양과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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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의 바닷속전망대는 바람이 거셀 이용객의 이동 안전을 위해 문을 열지 않는다. 사진제공=지엔씨21
추운 겨울 울진의 바다를 속살까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바람이 거세지 않을 때만 열리는 신비의 장소 '물속 전망대'에 들어서면 한 마리 대게로 변해 물속을 누비는 나를 떠올린다.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은 지난해 말부터 바닷속전시관을 재개장했다. 수심 7m 아래의 해양생태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주요 전시물은 바닷속전망대 해양생태계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동해 들여다보기',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흥미로운 부착생물을 찾아보는 '바닷속전망대에는 누가 살까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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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과학관 내부에는 바다와 관련한 다양한 관림 및 체험 시설이 있어 아이와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사진=김세형

혹시 바람이 불어 바닷속전망대가 열리지 않았다면, 해양과학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다양한 체험형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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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과학관에 들어서면 고래의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사진=김세형
규모는 작지만 2층 전시실 초입에 있는 영상통로에서는 울진의 겨울 바다와 바닷속 풍경을 미디어 아트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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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해얀스카이레일을 이용하면 울진의 하트 모양 해변과 죽변등대 등 다양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사진=김세형
하트 해변의 풍경 인상적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울진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죽변스카이레일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다. 코스는 죽변항~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8km A코스, 후정해변~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km의 B코스가 있다. 현재는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시속 5km 속도로 달리며 울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스카이레일을 타고 죽변의 명물인 하트해변,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죽변등대를 볼 수 있다. 동해의 청정한 해안가를 달리며 천혜의 자연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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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왕피천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망향정에서는 꽁꽁 언 왕피천(왼쪽)과 파도 치는 울진바다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김세형
인근에 있는 왕피천공원은 봄, 여름, 가을에 즐길 수 있는 울진의 명소다. 겨울에는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만큼, 인적이 드물다. 그럼에도 왕피천케이블카를 타고 망향정까지 오르는 이유는 국내에서 드물게 꽁꽁 언 강과 파도가 치는 바다가 만나는 이국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왕피천케이블카의 도착점에서 망향정까지 이어지는 바람소리길의 풍경 소리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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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에코리움은 제대로 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왕의 나무로 불리는 금강송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전시물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사진=김세형
디지털 디톡스 즐기기 '금강송 에코리움'

금강송 군락지에 자리한 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 금강송을 테마로 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로 금강송 테마 전시관, 금강송 치유센터, 숲 체험길, 찜질방, 유르트, 특산품 전시장 등을 갖췄다.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철저하게 보존해 온 금강송 숲길은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금강송 에코리움은 '산림 속의 보물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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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에코리움은 금강송의 다양한 정보와 함께 현지 지역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김세형
금강소나무 숲을 통한 쉼과 여유, 치유라는 콘셉트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지루함으로 시작해 만족감으로 다가온다. 금강송 에코리움의 'Re;Birth(리;버스) 스테이'는 체계적인 스케줄에 맞춰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숲길을 걷는 트레킹, 마음을 정화하는 요가, 차훈명상 등 힐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 이용 시 금강송 에코리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금강송 에코리움의 숙박 시설은 단독 주택 형태로 2~4인용, 5~6인용, 10인 이상 등 다양한 타입이 있다. 실내는 소나무 향이 가득하고 누워서 천장의 창을 통해 별을 볼 수 있는 객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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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에코리움의 'Re;Birth(리;버스) 스테이'는 체계적인 스케줄에 맞춰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리:버스 스테이에 이용할 수 있는 객실 모습. 사진=지엔씨21
수련동 주변 가로등은 별 관측을 돕기 위해 밤 10시 이후 소등한다. 각 객실에는 전기포트와 드라이어, 냉장고가 있으며 TV는 없다. 내부에서 취사는 할 수 없다. 에코리움 주변은 사방이 금강송 숲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색다른 휴식을 느낄 수 있다. 금강송 에코리움의 프로그램을 즐기지 않더라도 금강송에코리움 전시관에서는 미디어 영상관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미디어 영상을 즐기기 위해선 맨 앞자리에 있는 눕혀진 의자에서 관람을 추천한다. VR기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직접 움직이며 금강송 숲을 둘러보는 생생한 경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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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에코리움 2층에 위치한 지관서관은 차와 책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힐링 여행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사진=김세형
특히 2층에 운영 중인 지관서관에서 자연 풍경과 함께 즐기는 차 한잔은 힐링 여행의 감동을 더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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