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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BK21 의과학연구단 단장)가 고대의대 박현미, 김대현, 이화민 교수와 함께 최근 거장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The Kiss(키스)'에 그려진 적혈구의 의학예술적 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살았던 19세기 초의 의과학적 문헌을 분석하고,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그린 이유를 추론했다.
클림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에밀 주커칸들(Emil Zuckerkandl) 교수가 이 잡지의 편집진에 포함되어 있어, 클림트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주커칸들 교수는 1903년 클림트의 요청에 따라 예술인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했고, 클림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잘 알려져 있다(유임주, '클림트를 해부하다', 2024). 또한, 클림트의 서재에서 당시 독일권에서 많이 보급됐던 백과사전(Meyers Großes Konversations-Lexikon)이 있음을 확인해, 백과사전에 있는 적혈구를 포함한 혈구세포의 칼라 그림을 클림트가 참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키스'의 가슴부분에 위치한 적혈구 아랫부분을 보면 여자의 팔이 굽혀져 있는데, 그 윤곽을 보면 심장을 닮았다. 즉, 해당 위치는 심장에 위치한 혈구세포를 그린 것으로 심장의 박동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가 여인의 육체, 그 속에 막 잉태된 생명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그림 전체가 강렬한 에너지를 갖게함을 알 수 있다.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배치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원본 작품에서 적혈구 부분을 삭제한 그림인 '키스, RBC knockout kiss'를 만들고, 원본과 함께 수정된 그림을 전시해 2022년 울산국제아트페어(UiAF)에 참가한 300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객들은 원본을 보면서 강렬함, 화려함, 생기 가득함, 아름다움, 젊은 사랑이란 단어를 생각한 반면, 수정된 그림에서는 단조로움, 고요, 생기가 없는 죽음 등을 연상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는 "클림트의 '키스'는 두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예술과 의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걸작"이라며, "이 작품은 당대 최고 기술로부터 얻어진 과학을 예술적인 은유로 표현해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이러한 과학과 문화의 융합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JAMA(미국의학협회지)에 클림트의 '키스'에서 인간 발생의 3일간 이야기를 통섭적으로 연구해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그린 문양과 상징을 의학 문헌과 비교 분석해 '키스' 속 남성과 여성의 옷에서 정자와 난자, 수정 과정 등을 나타낸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속 적혈구 세포의 의학적-예술적 분석(Medico-Artistic Analysis of Red Blood Cells in Gustav Klimt's 'The Kiss')'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s)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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