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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수사권' 논란은 진행형…재판연구관 이어 법원장 "영장 발부 판사에 책임 없나" 가세
23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지 8일만, 구속한 지 나흘만인 이날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지난 15일 체포한 이후 대면조사에 성공한 것은 체포 직후 단 한 차례뿐인 데다 구속 이후 강제구인·현장조사 시도도 모두 불발되면서 수사 경험과 역량 부족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공수처는 15일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한 뒤 정부과천청사로 데려와 10시간여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원론적인 답변을 제외하고 공수처 검사들의 질문 대부분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면서 신문조서에는 향후 재판·수사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의미 있는 내용이 담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사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이 조서에 열람·날인을 거부해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도 사용될 수 없게 됐다. 피의자 본인이 서명하지 않은 신문조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다.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유죄의 증거로 쓸 증명력 검토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진행한 유일한 대면조사마저도 증거로서 가치를 잃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 이후에도 조사에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수처는 20일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변호인들이 막아서 불발됐고, 21·22일에는 구치소 현장조사를 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모두 빈손으로 복귀해야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만큼 체포 이후 진술을 거부하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공수처가 수사 실리보다 '보여주기식' 수사에 치중한 나머지 협조를 끌어낼 일말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구속 후 조사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애초부터 강제구인이 아닌 현장조사부터 시도해 예우를 갖추는 모양새를 취하며 실익을 챙겼다면 조사 협조를 받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사에 응하지 않는 윤 대통령 대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시도해 검찰의 수사 내용을 보강하거나, 윤 대통령과의 대질신문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지 못했던 것도 미흡했던 지점으로 지적된다.
전날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불발되면서 시간과 인력을 허비했던 점도 무리수로 꼽힌다.
대통령실과 관저는 앞서 경찰도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경호처가 불허해 불발됐고, 게다가 경호처장 권한대행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국회에 출석 중이었던 만큼 전날 굳이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시도할 실익이 없었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내내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한 논란에도 시달렸다.
서울서부지법이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이나 체포적부심사는 기각됐고 구속영장도 발부됐지만, 논란은 진행형이다.
법원 내부망(코트넷)에서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백모 판사가 지난 17일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수처가 직권남용 범죄의 관련사건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법률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직 법원장도 논란에 가세했다. 임병렬(사법연수원 15기) 청주지법원장은 20일 백 연구관이 올린 게시물에 댓글 형식으로 글을 달아 "언론에 의하면 공수처가 내란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더라도 검찰이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검찰에서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인가요"라고 물음을 던졌다.
공수처는 또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기소 사건 재판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하면서 관할권과 관련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 권한을 일임하려 했다가 경찰의 거부로 철회하는 등 수사 혼선을 빚으면서 수사역량에 대한 고민이나 법적 검토 없이 검찰·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더는 시도하지 않고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기로 결정한 데는 구속기한 셈법과 관련한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앞서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과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고려해 1차 구속기간이 28일로 예상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법원으로부터 연장 허가를 받을 시간이 필요한 점도 고려해 보다 보수적으로 구속기간을 계산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 설 연휴에 임박해 사건을 넘길 경우 구치소 조사 진행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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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