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리즘 런앤히트] 막 올린 코리아그랜드세일 …관광 콘텐츠 육성, 지역 불균형은 아쉬워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1-22 14:21


[투어리즘 런앤히트] 막 올린 코리아그랜드세일 …관광 콘텐츠 육성, 지역…

"관광업계가 올 한 해 힘차게 뛸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15일 코리아그랜드세일이 막을 올렸다. 2011년부터 시작, 올해 14회를 맞았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방한 관광 비수기인 1~2월 기간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기획된 행사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가 공동 개최하고 역대 최다 규모인 168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방한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의 진면목을 알리겠다는 취지에 많은 업체가 동참했고, 정부 차원에서 거는 기대감도 크다. 그동안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방한 관광객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개막행사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주제 영상 상영으로 시작했다.

쇼핑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관광활성화를 위해선 어트렉션(시설물), 교통, 숙박, 지원시설(안내소, F&B), 인프라(도로, 상하수도, 전기)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관광업계는 시큰둥하다. 쇼핑 위주의 행사는 관광업계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행사 초창기 참여를 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대표 여행사들은 올해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코리아그랜드세일에 관광 활성화를 위해 참여한 업체가 많다고 하지만 정작 관광 본업과 연결된 곳은 항공과 호텔 및 온라인 여행사(OTA) 정도다. 항공사의 경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10개 항공사가 참여해 방한 항공권 214개 노선에 대해 최대 94% 할인, 수하물 추가 무료 위탁 서비스, 기내 와이파이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 온라인 여행사(OTA) 트립닷컴, 코네스트와 함께 외국 항공사의 중국·홍콩·일본발 방한 항공권에 대해 최대 31% 할인 판촉 활동을 진행한다. 숙박 업계에서는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메이필드호텔 등이 참여하는 기획전을 운영해 최대 19%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스파 이용권, 선불카드 등을 담은 숙박 패키지 혜택을 선보인다.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백화점(갤러리아·롯데·신세계·현대)과 면세점(롯데·신라·신라아이파크·신세계·현대), 대형마트(롯데마트), 아웃렛(두타몰·롯데·신세계·현대), 잡화(올리브영, 다이소, 이니스프리) 등은 업계 주요 업체가 대부분 참여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은 방한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 여행업계 대부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 비수기인 1~2월, 계절성 극복을 위한 겨울철 관광지 개발과 지원, 관광지 상품의 직접적인 판매가 아닌 쇼핑객 위주의 운영 등은 관광업계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쇼핑 관련 관광지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명동을 비롯한 홍대, 성수, 강남 등이 주요 거점이다. 글로벌 여행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소도시 등 지역 관광산업 발전과 동떨어져 있다. 거점성장(허브앤스포크)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집중된 관광객을 타 지역으로 전파 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개막행사에 참여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로컬 지역 등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관광업계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 주요 여행사는 대부분 아웃바운드 관광상품 중심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인바운드 상품 등 국내 여행 활성하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방한 관광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여행사 자체적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국내 관광 상품 개발에는 소극적인 게 대표적이다. 여행사에서 방한 관광객을 위한 여행상품을 선보이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자체의 상품화 된 관광지와 새로운 관광 상품만 있다면 언제든 판매할 수 있다. 국내 관광활성화를 위해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는 한국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일부 상품은 외국어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언어 문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라 쉽게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방한 관광객 확대는 여행사의 인바운드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국내 관광 동선을 만들고 상품 개발 및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관광업계는 국내 관광지 개발 및 상품화까지는 지자체 등의 협조가 필요하고, 초기 비용 발생 등은 부담스럽다고 강조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등과 협업을 통해 지역 관광 상품 개발만 이뤄진다면 판매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쉬운 부분"이라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선 지역 특색 위주의 콘텐츠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랜드코리아세일의 향후 발전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이 관광업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선 쇼핑 관광과 함께 관광 본질인 여행 콘텐츠의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관광이 활성화되면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소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그곳'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 물가가 싼 저렴한 쇼핑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IT기술 발전에 따른 온라인 쇼핑 활성화는 더 이상 여행지로서 한국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되긴 힘들다. 게다가 가격 할인을 앞세운 쇼핑이라면 더욱 그렇다. 코리아그랜드세일 직전에도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통가 중심의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기존 세일기간까지 더하면 연중 세일에 가깝다.

문체부는 지난 10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 부진에 탄핵 정국 등이 이어진 상황에서 민생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도록 문화, 체육, 관광 분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숙박할인권 100만장 배포하고, 대국민 여행 캠페인을 1/4분기에 조기 추진, 어려움을 겪는 관광사업체에 53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추진 등이 주요 골자다. 지역 중심 한국적 관광 콘텐츠 개발도 추진한다.

방한 관광객 확대를 통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할인 쇼핑 이벤트도 좋지만, 본질적인 지속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수도권을 비롯해 주요 지자체의 관광지와 지역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연계 상품 개발 등 관광 산업 발전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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