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의 매각 추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요 매물로 나왔지만, 관심을 보였던 금융기업과 기업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방식을 입찰에서 상시 체제로 전환했다. 언제든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나타나면 합의를 통해 매각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올해도 롯데손보가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요 보험사는 롯데손보를 비롯해 MG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다. 6곳 모두 매각을 위한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MG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자로 지정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매각을 위한 실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인 빅튜라를 통해 롯데손보의 지분 77.04%를 보유 중이다. 2019년 3734억원을 투자해 롯데그룹으로부터 7182만주를 사들였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억6725만주(지분율 77%)를 확보했다.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희망 매각가를 1조 후반~2조원 사이를 염두에 두고 있고 있었지만, 관심을 보였던 원매자들은 높은 가격에 발을 뺐다.
이후 롯데손보의 매각 속도는 둔화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별도 선정하지 않고, 상시매각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라며 "현재 매각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검토와 함께 회사의 가치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매각 관련 사항은 주주사가 담당하고 있어 당사에서는 정확한 일정, 방향성 등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3분기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CSM은 2조4530억원을 기록,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해 68억원이 줄었다. 영업부진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3분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114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23%가 줄어든 수치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신계약 수익성은 12.2%로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가 낮아졌다. 계리적 가정값 변경도 CMS의 감소를 이끌었다. 2023년 계리적 가정값을 바꾸며 CSM이 늘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모형·연령대별 손해율 적용 등 계리적 가정값을 변경해 CMS가 추가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손보는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정한 보험사로 분류된다. 금융권 일각에서 매각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게 말이 나온다.
롯데손보는 이와 관련해 "매각 희망가는 시장에서 언급되는 수치일 뿐, 대주주를 비롯해 당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매각가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매각 희망가, '양측의 눈높이 차이'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매각과 관련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장에서 매각에 대한 억측과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며 "대주주는 시장 환경과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부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롯데손보의 매각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정치 리스크와 함께 경기 침체, 고환율 등에 따른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M&A 시장 상황이 밝지 않을 전망이다. JKL파트너스의 입장에선 매각과 동시에 롯데손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가 줄었다. 롯데손보는 "보험업계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 환경과 금리 변동 등 외부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