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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률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10대 중 9대가 전기차였다. 이 나라가 얼마나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노르웨이는 혹독한 겨울 날씨로도 유명하다. 영하의 기온과 결빙도로는 전기차 성능을 극한으로 시험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는 전기차 주행거리와 성능 테스트의 중요한 국가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노르웨이 자동차 잡지 모터(Motor)와 노르웨이자동차연맹(NAF)이 매년 주최하는 ‘엘 프리(El Prix)’ 테스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기차 주행거리 테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이 테스트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실제 도로에서 전기차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행하는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번 겨울 테스트는 2024년 출시된 최신 전기차 24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WLTP 인증 주행거리와 실제 도로에서 측정된 주행거리를 비교해 각 차량의 성능을 평가했다.
지난 19일, 엘 프리 겨울 테스트 결과가 발표됐다. 모든 참가 차량은 100% 충전된 상태로 동일한 경로를 주행하며 배터리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얼마나 먼 거리를 갈 수 있는지 측정됐다. 또한 이번 테스트는 WLTP 인증 거리와 실제 주행거리 간의 차이를 비교하며 소비자들에게 차량 성능에 대한 현실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이번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거리 성능으로 명성이 높은 테슬라 모델 3 롱 레인지 리어 휠 드라이브 버전은 기대와 달리 24대 중 21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WLTP 기준으로 436마일(약 702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모델 3는 실제 주행에서 330마일(약 531km)만을 기록하며 24%의 주행거리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폴스타 3, BYD 탕 등 상위권 차량과 극명히 대비되는 성적이다.
폴스타 3
테스트승자는 폴스타 3였다. 폴스타 3는 WLTP 기준 주행거리 348마일(약 560km)에서 실제로 330마일(약 531km)을 기록하며 주행거리 손실이 단 5%에 그쳤다. 이는 엘 프리 테스트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감소율이다. 앞서 2021년에는 BMW iX3가 4%의 감소율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2위를 차지한 차량은 BYD의 SUV 탕이었다. BYD 탕은 WLTP 기준 329마일(약 530km)에서 실제로 299마일(약 482km)을 주행하며 9%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어 3위는 미니의 신형 컨트리맨 전기차로 WLTP 기준 247마일(약 399km) 중 실제로 220마일(약 355km)을 주행, 11% 감소율을 보였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와 관련모델이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상위 5위 안에 BYD의 두 모델이 포함됐다. 중국 지리차 그룹인 폴스타와 로터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전
세계적으로 중국 전기차브랜드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상위 5개 모델 중 4개가 중국산전기차 모델이라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성과다.
테슬라 모델 3는 단순히 낮은 순위에 머문 것뿐 아니라 주행거리 측정의 신뢰성 문제까지 드러냈다. 테스트 중 모델 3의 온보드 주행 거리계는 실제 주행거리보다 약 10마일(약 16km)을 더 많게 표시했다.
예를 들어 폴스타 3와 테슬라 모델 3의 배터리가 동시에 소진된 상황을 가정하면, 폴스타 3는 온보드 기록상 330마일을 주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테슬라 모델 3는 실제보다 과장된 340마일로 잘못 표기됐다. 이는 운전자가 남은 배터리로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자동차 연맹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 결과는 테슬라 차량의 주행거리 정보가 과장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 모델 3의 성능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전기차는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겪는다. 영하의 온도에서는 배터리 화학 반응이 느려지면서 주행거리가 감소한다. 내연기관 차량이 겨울철 연비가 낮아지는 것과 유사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손실 폭이 더 크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모든 차량이 WLTP 인증 거리보다 짧은 거리를 주행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로터스 에메야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전기차마다 주행거리 감소 폭이 다르다는 것이다. 폴스타 3와 BYD 탕 같은 차량은 WLTP 인증 거리와 실제 주행거리의 차이가 적은 반면 테슬라 모델 3나 푸조 E-3008 같은 차량은 감소 폭이 컸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할 때 브랜드의 명성뿐 아니라 히트펌프 적용여부, 실제 주행거리 데이터 등을 참고해야 함을 시사한다.
노르웨이 엘 프리 테스트는 단순한 전기차 성능 비교를 넘어, 실질적인 데이터를 통해 전기차 구매 결정을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테스트는 전기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