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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을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가 첫 공판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기소된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야 하고, 특정인을 통해 상대방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해야 한다"며 "또 지속성과 반복성이 있어야 하지만,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일람표에 기재된 피해자가 1천100명인데, 그중 485명의 경우 개인정보 게시가 1~2회에 그치고, 44명의 경우 3회에 불과하다"며 "개인정보 공개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피해자 중 일부만이 피고인의 행위로 불안감과 공포심,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진술할 뿐 나머지는 단순한 불쾌감을 이야기했다"며 "피해자 중 13명 정도는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차 공판 후에는 정씨가 청구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심문이 진행됐다.
정씨 측은 "피해자 명단 게시 행위 외엔 피해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한 바 없고, 동료인 의사들에게도 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왜곡된 인식으로 동료 의사들을 비난받게 했다"며 "2차 가해와 또 다른 낙인찍기도 우려해야 한다"며 보석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재판장은 보석에 관한 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의 의견을 묻게 돼 있다.
정씨는 지난 6∼9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정보를 담은 명단을 만든 뒤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게시한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기소 됐다.
정씨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 1천100여명을 '감사한 의사'라고 비꼬며 이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목, 대학, 성명 등을 온라인에 총 26회에 걸쳐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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