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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 진단 기법으로 혈액이나 소변 등 체내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액체 생체검사법이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가 증식·사멸하는 과정에서 분비하는 특정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등 유전물질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조직검사와 달리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으며,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간단하게 병변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체액 내 바이오마커 양이 너무 적어 실제 임상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카스 13a 유전자 가위'(CRISPR-Cas13a)를 이용, 암세포가 내뿜는 세포 외 소포체의 메신저 RNA(mRNA)를 대폭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감도를 높인 암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
유전자가위는 인간·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 DNA를 절단함으로써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표적 부위를 자르는 절단 효소에 따라 카스9(Cas9), 카스12a(Cas12a), 카스13a(Cas13a) 등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이용해 비소세포폐암을 유발한 쥐의 세포 외 소포체 샘플에서 극소량인 40μM(마이크로몰·100만분의 1몰) 농도로 초기 폐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대장암 환자 샘플에서도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높은 민감도로 세포 외 소포체에 존재하는 암 관련 돌연변이 유전자를 40분 만에 검출해냈다.
연구팀은 국내 분자 진단 전문기업 레보스케치와 협력, 플랫폼을 소형화해 의료현장이나 연구현장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태준 박사는 "암 관련 바이오마커를 간소화한 방법으로 감지해 암 진단과 모니터링 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하버드 의대 이학호 교수는 "영상진단 이전에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종양의 분자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며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지난달 7일 자에 실렸다.
jyou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