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 인사에서 재벌가 3·4세들이 미래 먹거리 및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신사업 개발 임무를 연달아 맡으며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그룹 오너가 4세 이규호(39) 코오롱 전략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사장이 됐으며 지난달 말 인사에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제조현장 근무부터 시작했으며, 이후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현장을 두루 거쳤다. 2019년부터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하며 그룹의 수소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이끄는 등 미래 전략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34)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지난달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왔으며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 담당을 맡아 로봇 사업에도 본격적 참여를 시작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33)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작년 인사에서 현직으로 발령 나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 중이다. CJ는 이달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벌가 후손의 고속 승진과 신사업 전담은 기업 승계 절차를 밟기 위한 전형적 방식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신사업을 맡겨 외곽에서 점진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게 하고, 이런저런 사업을 시도할 수 있게 해주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실패해도 부담이 적은 신사업에서 성공 경험이 생기면 승계 절차를 밟을 때 권위도 생기고 거부감도 줄어든다는 것.
다만,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창업주 후손을 고속 승진시키거나 이들에게 신사업 개발을 맡기는 데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룹 미래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능력과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미래 먹거리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