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주로 떠나야 할 이유가 생겼다. 여름 휴가지가 제주였다고 해도 상관없다. 가을 제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무더운 날씨에 즐기지 못했던 이색적인 야외 활동과 가을 정취를 물씬 담은 축제도 열린다.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제주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을 명소 중 야외 활동이 가능하고, 이색 체험 활동이 가능한 곳을 엄선해 소개한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좋다. 가을, 가을한 제주의 날씨는 적어도 10월 말까지 계속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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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끼는 숲, 노르딕·사운드워킹
'사운드워킹'은 생태 소리를 통해 감각을 깨우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소형 녹음기를 손에 든 채 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다. 사운드 워킹은 제주의 다양한 식생을 알아갈 수 있는 '화순 곶자왈'과 '저지오름'에서 진행된다. 사운드워킹은 슬리핑라이언을 통해 예약 및 문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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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경관도 좋지만,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투어가 있다. 전통주를 만드는 향토기업인 '제주샘주'와 '한라산'의 투어다. 두 곳 모두 주류 체험 등의 공장 투어 비용은 발생하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제주샘주는 제주지역의 청정 원재료를 사용해 증류식 소주인 고소리술과 청주인 오메기술 등을 만들고 있다. 고소리술은 제주에서 나온 좁쌀과 누룩으로 빚은 오메기술을 고소리(소줏고리)라는 도기를 사용하여 증류시킨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주다. 고소리술은 고루한 이미지의 전통주를 떠나 홈(home)술을 하며 나만의 레시피로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증류식 소주의 인기와 더불어 트렌디한 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샘주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메기떡 체험, 쉰다리 체험, 칵테일 만들기 체험 등이다. 제주샘주 체험은 예약이 가능하며, 운영 시간 및 체험 비용은 제주샘영농조합법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한라산은 4대에 걸쳐 70여 년간 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허벅술도 만든다. 한라산 소주와 함께 제주 전통 명주인 허벅술은 제주의 화산 암반수에 벌꿀을 넣어 빚은 뒤 장기간 숙성시키는 저온 발효공법으로 만든다. 최근 허벅술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인기를 끌며 공장 투어에 나서는 이들이 늘었다. 한라산에서는 허벅술을 더욱 맛있게 있는 추천 레시피도 소개한다. 허벅술 칵테일 레시피는 허벅술 1잔(60ml), 탄산수 2잔, 레몬 슬라이스 1/2 조각 또는 레몬청, 얼음 3~5조각을 활용하는 식이다. 한라산 투어는 매주 금, 토, 일 각각 오후 1시, 2시 반, 4시에 진행되며 사전 예약이 필수다. 평일인 금요일의 경우 소주 공장이 가동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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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축전', '탐라문화제' 등 축제의 시작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유산축전'이 10월 3일부터 8일까지 개최된다. 한라산부터 바다 위 웅장한 성산일출봉과 신비로움 가득한 거문오름용암동굴계까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제주의 민속, 신화, 역사, 생활을 담은 제주대표 축제 '탐라문화제'가 2023년 '제주할망'을 주제도 10월 열린다.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되는 사에는 삼성혈 탐라개벽신위제를 시작으로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등 제주도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서귀포를 대표하는 칠십리축제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제주 남쪽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흥에 취해 보고 싶다면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귀포칠십리축제'를 방문하면 된다.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을 더 즐겁게 보내려면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올레걷기축제'를 추천한다. 사전참가 신청은 올래패스 앱으로 접수할 수 있으며, 행사 당일 각 코스 시작점 등록 부스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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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다양한 예술체험을 즐길 수 있다. '쉼'이 있는 여행 속에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러닝홀리데이 인 제주'를 통해서다. 제주에서 얻은 영감을 내가 만든 작품을 통해 예술로 풀어나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루씨쏜 아뜰리에에서는 제주 문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안부터 전통 민화를 대표하는 호작도까지 경험할 수 있다.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좋아한다면 오일 파스텔화를 체험할 수 있는 '오후 세시의 고양이'에서 제주의 행복한 기억을 그림으로 기록하면 된다.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아띠스떼21'에서는 수채화, 아크릴화, 유화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그림을 배워 볼 수 있다. 사진으로 기억되는 여행의 아름다움을 더 빛내줄 사진클래스 '반치옥 사진관', 따뜻하고 포근한 터프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예체험 '솔티오렌지'.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해:빛'에서 오름 모양의 풍경부터 제주동백과 감귤모양의 열쇠고리까지 등 공예작품을 체험하는 것도 가을 제주를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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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을의 절정을 알리며 은빛 물결 일렁이는 억새밭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노란색으로 붉은색으로 다양한 빛깔을 뽐낸다. 제주의 들녘이나 산에서 자라는 억새는 제주의 오름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제주 서쪽 새별오름과 애월읍 어음리는 제주에서 규모가 큰 억새 군락지이다. 해 질 녘 주홍빛 노을에 반사돼 반짝이는 억새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주 동쪽 억새 명소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성읍저수지가 있다. 넓은 저수지에 펼쳐진 억새 평원이 거친 유채화를 보는 듯 황홀한 풍경을 자아낸다. 주변 소음이 거의 없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억새 물결을 즐길 수 있다. 주변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산책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이밖에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갑마장길, 가을낭만 가득한 금백조로 드라이브 코스, 해안 산책길 숨은 억새 명소 닭머르 해안길, 산굼부리, 동쪽 대표 오름 따라비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도 억새밭을 볼 수 있는 추천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