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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3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전날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89명이고,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올해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20일 이후 온열질환자는 누적 1385명,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8명이 됐다.
고령층, 심장병, 당뇨, 천식 등 만성질환자들은 같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와 함께 무더위 온열질환에 대비할 수 있는 한방 처방인 생맥산에 대해 알아봤다.
심장 열 내리고 폐 깨끗하게 하는 '생맥산'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2:1:1의 비율로 물어 달여서 여름에 다용하는 한약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사람의 기(氣)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생맥산은 여러 병증에 여러 처방을 합쳐서(합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여름철에는 기력을 북돋기 위하여 '보중익기탕'을 합방하거나 여성들에게는 '사물탕'을 합방하고 소화 장애나 역류가 있는 환자에게 '오적산'을 합방하기도 한다.
고석재 교수는 "생맥산의 구성 약재 중 맥문동은 쉽게 체할 수 있고 인삼은 체질에 따라 열을 조장할 수 있기에 무분별한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며 "또한 지나치게 더위를 먹어 수분과 전해질 손상이 있거나,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자거나,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체질과 병증에 맞게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맨살 드러내지 않은 조선시대, 더위는 어떻게?
조선시대 양반집의 두 여인이 현대로 시간 여행하는 드라마에서 극 중 상대역이 답답하니 한복을 갈아입으라고 권유한다. 그러자 주인공 중 한 명이 "도저히, 맨살을 못 내놓겠어요"고 대답한다. 조선시대 양반과 임금, 백성까지 여름에 맨살을 드러내지 않고 어떻게 더위를 견뎠을까?
조선왕조실록에는 20번, 승정원일기에는 871번, 생맥산(生脈散)이 등장한다. '생맥산 하절다음(夏節茶飮), 불구첩수지약(不拘貼數之藥)', '여름에 차로 마시는데, 첩수(복약)에 구애받지 않고 복용한다'는 내용이다. 선조 29년 실록에서는 선조가 임진왜란 중 고생하는 대신에게 여름 옷감과 은자 그리고 생맥산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더위를 식혀줄 도구는 부채뿐이었을 그 시대에 생맥산은 임금부터 양반, 백성을 살리는 중요한 약이었고, 음용수였다.
피로 해소에도 도움…차게 마실 때는 주의
생맥산의 대표적인 효과 중 하나는 피로 해소다. 국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생맥산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 피로물질이 감소했으며 또한 운동 시에 최대 산소 섭취량을 늘려주고, 최대 심박수와 피로물질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맥산의 맥문동은 코로나 후 만성 기침에 유용한 처방인 '맥문동탕'의 주요 구성성분이다. 세계적인 저널인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생맥산은 만성 기침 환자의 기침 지수를 60%가량 낮추었음을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생맥산이 위장관 내의 박동기 역할을 하는 세포인 카잘(cajal) 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며, 위장관 운동의 개선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보고가 있었다.
고석재 교수는 "야외 근로자 및 고령의 노인, 농부 등 폭염에 취약한 분들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이런 경우에 생맥산을 활용하면 좋다. 그러나 찬 음료는 과도하게 섭취하면 배탈이나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차게 음용하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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