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 환자 상당수가 gBRCA(germline BRACA) 변이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전자 검사를 받지 못해 뛰어난 치료 효과를 가진 표적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BRCA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 난소암의 발생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이다.
g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질 경우 70세까지 유방암 발병 확률은 70%, gBRCA2 유전자 변이는 45%까지 높아진다.
gBRCA 변이 여부는 혈액을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방식으로 분석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 총 570명 환자 중 42명(7.4%)에게서 gBRCA1/2 변이가 발견됐다. 특히 42명 중 국내 gBRCA 검사 급여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환자들은 19명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삼중음성유방암 2명,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17명이었다.
안희경 교수는 "저위험군 환자에서 gBRCA 검사의 보험급여는 불가능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현재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중에서 gBRCA 표적치료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자 일부가 검사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를 전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로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2월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SABCS 2022)'에서 '국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gBRCA1/2 변이 유병률을 확인한 연구 결과'라는 포스터로 발표돼 호평을 받았다.
이번 연구에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22여 의료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중 두 번째로 한국인의 의료 환경에 맞는 NGS기반 고형암 유전자패널 검사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NGS'는 30억 쌍의 염기로 이뤄진 인간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NGS는 한 번의 검사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대량으로 분석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암세포나 혈액을 활용해 암의 진단, 치료, 예후에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암이라도 상이한 유전자 변이 형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 환자 개개인에게 선별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개인의 질병 발생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어 맞춤형 질병예방도 가능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018년 NGS기반 암 유전자패널 검사를 자체 개발함에 따라 외부 시퀀싱 기관에 수탁 운영하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인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외부 기관에 수탁 운영할 시 환자의 유전자 정보 중 일부만 제공받던 것에 비해 자체 검사를 통해서 환자 유전자 정보 전체를 의료진이 확보,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또 검사를 위해 암세포나 혈액을 별도로 외부에 운송하는 과정 없이 원내에서 분석을 진행함에 따라 유전자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비용 문제로 NGS 검사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최근 병원에 검사비를 기부한 안희경 교수는 "NGS는 암환자의 유전자형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맞춤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검사 방법"이라며 "새로운 항암제들이 많이 개발되는 가운데 보다 많은 환자들이 NGS를 통해 치료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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