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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분할하며 배터리업계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SK온이 잇단 대내외적 리스크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여 있다.
지난해 12월 SK온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미국 뉴욕 특파원 간담회 자리에서 지동원 SK온 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톱3 배터리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여러 이슈들은 향후 회사 운영에 긍정적 영향은 주지는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대 4조원 규모 포드와 손잡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추진에 브레이크?
최근 SK온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포드와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계획 추진에 여러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튀르키예 현지 최대 기업인 코치와 손잡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최대 4조원 대 자금을 투입,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연간 기준 4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러나 최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합작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그 이유로는 SK온의 불안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자금 조달 문제가 꼽힌다.
업계는 SK온이 포드가 원하는 배터리 공급 시점과 물량에 맞춰 순조롭게 공급할 가능성에 일부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 수율은 통상적으로 90%가 넘어야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도달률을 높이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온 헝가리 공장 수율이 70~80%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포드 측이 합작선 변경안 또한 검토 대상에 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듯 하다"고 말했다.
늘어난 SK온의 재무적 부담 때문이라는 추측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차입금은 10조원이 넘는다. 매 분기 매출은 늘고 있으나 영업적자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양사가 맺은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본 계약 협상은 언제라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 대해 SK온측은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업무협약에 별다른 변동 사항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강력 피력했다.
SK온 관계자는 "포드와의 업무협약은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여러 회사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세부 일정이나 별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가장 유리한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의 운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 향한 로열티 지급까지…흑자 전환 늦어지나
이와 함께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소송전 여파로 로열티를 물어주고 있다는 점 역시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슈다.
양사는 지난 2019년부터 이어온 배터리 소송을 2021년 4월 마무리한 바 있다.
SK온은 현금 1조원에 로열티 1조원을 더한 총 2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로열티 1조원은 분납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3분기 2조1942억의 매출을 올렸으나 1346억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SK온의 차입금은 9조원에 이른다. 이중 단기차입금은 5조2817억원이다.
오는 7일 발표를 앞둔 4분기 실적 역시 직전 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최근 증권가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4분기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경쟁사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조2137억원을, 삼성SDI는 1조80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로열티 문제 해결 및 흑자 전환에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 일부 관계자들은 SK온의 이번 수주 불발과 자금시장 위축에 따른 우려가 있음에도 SK온의 향후 성장 측면에 더 많은 무게추를 두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가피한 대외적 상황과 예상치 못한 악재로 주춤했으나 SK온에 대한 기본적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한 듯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