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냉방병이나 감기로 오인해 병원을 찾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는 것부터 병이 시작된다.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증식해 바이러스혈증을 일으키는데, 다행히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혈액-뇌장벽이라는 우리 몸의 방어막에 막혀 뇌 또는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로 들어오지 못한다. 하지만 바이러스혈증이 심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영유아, 노인, 면역저하 질환자 등에게는 바이러스가 뇌의 모세혈관이나 맥락얼기를 통해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고열과 두통이 주된 증상이다. 또한 목 뒤가 뻣뻣해지거나 심할 때는 고개를 숙이면 강직이 일어날 수도 있고(경부강직), 설사, 구역질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통은 대부분 앞이마나 눈 뒷부분에 발생하고, 눈을 움직이면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뇌를 감싸고 있는 뇌수막의 염증, 부종 때문에 목이 뻣뻣하다고 호소하기도 하지만, 강도는 약한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구토,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고 권태감, 근육통, 식욕부진도 종종 관찰된다. 만약 이런 증상들과 함께 의식 장애, 손발 경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보다 결핵성, 세균성 뇌수막염 또는 바이러스 감염이 뇌수막에 국한되지 않고 깊숙이 뇌실질까지 침범된 바이러스 뇌염이나 등 다른 심각한 신경계 감염병을 고려해야 한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신경과 박중현 교수는 "검사를 통해서 뇌척수액을 일정량 뽑아주는 것 자체가 증가해있는 뇌압을 낮추는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뇌척수액 검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도, 두통 증상 완화를 위해서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에 걸려도 정상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대부분 호전되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또는 결핵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신경계 감염 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도 두통, 발열 호전이 없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박중현 교수는 "세균성 뇌수막염과 달리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아직까지 백신이 없어 현재로서는 식중독이나 여름철 눈병 등의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손 씻기나 기침 예절과 같은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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