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술을 마시는 장면이 포함된 일명 '술방(술 마시는 방송을 이르는 말) 콘텐츠'가 종종 등장한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17개 시·도 20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남녀 105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디어 속 음주장면에 자주 노출될수록 '긍정적 음주기대'와 음주동기가 증가하고, 음주문제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는 방송에서 과장된 행동과 비속어 사용 등의 문제는 다량의 알코올 섭취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통제 기능이 억제되어 평소 잘 조절되던 여러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돼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라며 "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에 음주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주류광고, 술방 등의 시청은 자칫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술은 어떤 악영향을 가져올까? 술은 위, 췌장, 간, 심장, 혈관, 뇌, 신경조직 등 인체 거의 모든 조직에 대부분 피해를 끼친다. 더군다나 청소년은 신체 조직들이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알코올로 인한 조직 파괴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한다.
특히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술을 자주 접하게 되면 기억 또는 사고 능력의 저하를 가져와 학습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청소년기에 다량의 술을 마시게 되면 공격적인 성향이 자리 잡아 각종 비행이나 대인관계 문제, 성폭력 등 범죄 행위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
전용준 원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청소년의 영상물 시청 시간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서 유해 영상물에 노출되는 빈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라며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다시피 하는 술방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이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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