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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신발이다. 최근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가 운영하는 솔드아웃에서 판매한 운동화가 네이버 크림의 검수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앞서 무신사와 크림은 고가 티셔츠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긴 공방을 펼친 바 있다.
지난해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최초로 거래액 2조를 넘겼다. 거래액 3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몸집이 커진 만큼 좀 더 체계화된 이슈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신사의 검수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무신사 부티크에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를 구매한 고객이 해당 제품을 크림에 재판매하려다 검수 과정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당시 무신사 측은 "100% 정품"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크림이 미국 피어오브갓 본사에 의뢰한 결과 무신사에서 판매한 제품은 가품으로 판정났다.
이에 무신사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를 구매한 모든 고객에게 판매금액의 200%를 보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신사는 사과문을 통해 "앞으로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지식재산보호협회와 협업해 정품 감정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 체결을 바탕으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 공급 시스템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신사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사과문이 무색해지게 무신사의 검수 능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무신사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판매된 나이키 운동화가 이달 크림에서 '검수 불합격'을 받게 된 것. 제품은 한정판 '나이키 에어조던1 레트로 하이 OG 트래비스 스캇'이다.
문제가 된 것은 신발끈이었다. 고객이 구매한 트래비스 스캇의 신발끈이 다른 나이키 신발의 신발끈이었다.
해당 고객은 "솔드아웃이 보상안으로 신발 구매액을 전액 환불해주고 30만 포인트를 제공하겠다고 했다"면서 "만약 솔드아웃에서 내가 다른 신발끈이 결합된 상품을 판매했더라면 패널티를 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검수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솔드아웃 측이 내부적으로 이미 보상안을 확정해서 수정할 수 없다고 했다"며 "솔드아웃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가품 판매 시 200% 보상 정책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이슈가 된 신발 자체는 정품으로, 200% 보상은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소비자 측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무신사 측은 "재검수 결과 신발 본품과 여분 신발끈은 모두 100% 해당 브랜드 정품으로 확인됐으나, 신발 본품에 결합돼 있는 신발끈이 동일 브랜드의 다른 모델용 정품 신발끈이었다"면서 "가품은 아니지만 솔드아웃 검수 기준상 '구성품 상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돼 상품 환불과 추가 포인트 보상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 인만큼, 검수 과정이 100%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라도 이렇게 되풀이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간단히 넘기기 어려운 이슈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의 경우는 진품 여부나 제품 구성이 완벽한지 여부가 특히 중요한 문제"라며 "크림과의 공방이 잊혀지기도 전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닌듯하다"고 지적했다.
무신사는 막대한 수익을 내며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667억원, 영업이익 5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19% 뛰었다.
따라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걸맞는 내부 시스템 정비와 고객의 반응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피는 자세 등 다른 곳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수인력 확보 위해 수백억 투자했는데…어깨 무거워진 한문일 대표
무신사는 지난해 솔드아웃 사업을 자회사 에스엘디티에 분사시킨 이후 두나무와 함께 에스엘디티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검수 시스템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 등을 위해서다.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은 솔드아웃은 검수 절차 강화에 총력을 다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목동에 제2 검수센터를 오픈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제1 검수센터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이처럼 회사 규모가 커지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원이 늘어날수록 분쟁 발생 빈도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무신사의 성장에 비례해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느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무신사가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보다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 등 향후 큰 그림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문일 무신사 대표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한문일 대표는 무신사와 함께 솔드아웃의 운영사이자 무신사의 자회사인 에스엘디티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잇단 잡음은 한 대표가 추진중인 성장 전략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3월 무신사 단독대표 전환 이후 "브랜드의 성공을 돕고 국내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패션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며 패션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할 것들을 찾아 적극 실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디자인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전에 없던 무신사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무신사 측은 "솔드아웃의 더욱 정확한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만 내놨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