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고위험 산모가 5개월간의 입원 생활을 책으로 엮어 의료진에게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씨는 "조산의 아픈 경험 후 시험관으로 겨우 임신해서 입원한 저를 아낌없이 돌봐주고 사랑해주고 격려해준 김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100일간 썼던 병상일기를 선물하고 싶었다"며 "교수님의 의술과 인품에 너무 감동해 아들 또한 교수님처럼 훌륭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과 상의해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최씨와 김 교수와 인연은 지난해 12월에 시작됐다. 예전에 임신 20주에 자궁선근증으로 자궁경부봉축술을 받았지만 조산한 적이 있는 최씨는 시험관 시술로 인해 다시 임신을 했지만 이번에도 선근증이 심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임신 7주차인 지난해 12월 13일 전남대병원 외래에서 김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상의한 후 조산 예방 약물요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입원 한 달이 지나고 코로나19로 인해 면회도 불가능해 정서적으로 불안할 수 있을 때 김 교수는 최씨에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입원 일기를 써보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최씨는 이 때부터 100일간의 입원생활을 일기로 작성하기 시작됐다.
최씨는 "비슷한 증상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산모들과 장기간 생활하면서 의지가 많이 됐다"며 "남편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산모들이 남편이자 부모이자 자매 노릇을 해줘서 146일을 버틸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24주부터 조산을 방지하는 합병증이 거의 없는 최신 약물을 쓸 수 있는데 14주에 입원한 최씨는 2~3시간 간격으로 끊임없이 조기진통이 이어져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진통이 그치지 않을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듣기도 해서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었다.
최씨는 "6번의 시험관 끝에 얻은 소중한 아이였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안정단계인 34주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며 "긴 시간동안 교수님과 병동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체계적이고 극진한 진료시스템 덕분에 건강한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입원생활' 책을 선물받은 김윤하 교수는 "5개월 간 입원하며 조산 통증을 견뎌냈다는 것은 보통의 인내력과 정신력으로는 지탱할 수 없지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모성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100일간의 일기를 한 장 한 장 읽어보니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는 의료진이 되겠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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