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영끝(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한 경우)족'의 시름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돌파했다.
다만 이는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는 7% 아래로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5일 기준 4.082%로 나타났다. 2012년 4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고정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상승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주담대 변동형 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코픽스가 오르면 그만큼 조달비용이 비싸졌다는 뜻으로 주담대와 신용대출금리 등도 코픽스에 따라 움직인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월(1.84%)보다 0.14%포인트(p) 높은 1.98%로 집계됐다. 2019년 1월 1.99%를 기록한 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 이날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3.69~5.632%로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는 당분간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반기에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금리의 지속적 상승세 속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기업으로 대출 상환 유예를 적용받았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달력 넘어가는 것이 무서울 지경이다.
은행 대출 금리는 준거금리인 시장금리에 마진과 대출자의 신용도가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한 값이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오를수록 대출 금리 역시 오르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대출자 1명 당 이자 상환액이 평균 16만4000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업계의 전망처럼 2.75%까지 오르면 차주가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현재보다 65만6000원 증가한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금리 상승 기조가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용대출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023%로 나타났다. 연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말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코로나19 피해 기업으로 대출 상환 유예를 적용받았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당장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차주들은 9월 말 이후로 돌아오는 대출 만기 건부터는 일시 상환을 할지, 분할상환을 할지 등을 결정해야만 한다. 한 번에 갚을 수 없어 대출을 연장하게 되면 금리는 그 시점의 금리로 적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년에 기준금리가 4% 가까이 오르면, 이에 따른 대출금리 상단도 10% 근처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