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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대신 인플루언서, 달라진 골프웨어 마케팅 "운동복이 아니라 패션을 입는다"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2-05-24 09:57 | 최종수정 2022-05-25 09:13


골프웨어 마케팅이 달라졌다.

필드 위 톱랭커를 내세운 홍보전이 '전부'였던 시절은 끝났다. 몸값이 높은 연예계 빅스타를 모시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도 않는다.

'선수 홍보'에 집중하던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골린이'들이다.

달라진 '슬기로운 골프장 생활'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MZ세대를 포함한 신규 골퍼들의 유입이 급증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이다. 2017년(386만명)보다 33% 증가했다. 2030세대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15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골프장을 찾는 이유는 이전 세대와 180도 다르다.

과거 골프장의 주 소비층이었던 중장년의 남성들은 '승부'를 중시했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즐기는 동시에 스코어가 주된 관심. 그러다보니 골프웨어 또한 기능성이 강조됐다. 퍼포먼스에 능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프로 골퍼들이 적역이었다. 금융사들이 오랫동안 선수 마케팅에 집중해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주 타깃층이 비슷하며, 프로 선수들의 전문적인 이미지가 브랜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의 박인비, 하나금융 리디아 고, NH투자증권의 박민지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요즘 MZ세대에게 골프는 즐거운 놀이문화 중 하나다. 골프장은 놀이터고, 만남의장소다. '라운딩 한번 하자'는 말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 이들에게 골프웨어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뽐낼 수 있는 'SNS 과시용 아이템'이다.

이 같은 MZ세대의 소비 행태에 맞춰 골프웨어의 디자인도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패션성을 내세운 브랜드들이 무섭게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이 옷을 입으면 잘 칠 수 있다'기 보다는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날씬해 보인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존 패션업체들 또한 골프 카테고리를 적극 확대했다. LF 챔피온, 한섬 타미힐피거는 지난해 국내에서 골프복 라인을 처음 선보였다. 두 브랜드 모두 기존 캐주얼한 느낌을 그대로 골프웨어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에슬레저룩 트렌드와 맞물려 하이브리드 골프웨어, 일명 '1벌 3TPO'(한 벌로 3가지 이상 용도로 활용)도 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다른 운동을 할 때나 일상복으로 활용가능한 조거팬츠나 점프수트 등도 당당히 골프웨어로 인기몰이 중이다.

선수 마케팅 대신 더욱 막강해진 인스타 파워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브랜드는 여전히 선수 마케팅을 병행한다. 캘러웨이와 타이틀리스트는 각각 김동은과 고진영을 후원 중이다.

그러나 지포어, 말본골프 등 소위 요즘 핫한 브랜드 중엔 건강미나 온라인파워, 패션스타일 등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맞는 연예인, 인플루언서로 무게중심을 옮기기도 한다.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은 영 골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엠버서더 프로그램 '와키즈'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수아'가 와키즈로 발탁됐다. 수아와 같은 와키즈에게 총 500만원 상당의 왁 제품을 제공하는데, '기대 이상'이라는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난해 와키즈 진행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드 키워드 검색량이 2.5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광고 모델이 아닌데도 '내돈내산' 한 골프웨어를 인스타에 올리는 셀럽 효과도 만만치 않다.

워낙 골프가 대세가 됐기에 오윤아, 유진, 이소연, 이시영, 진재영, 한혜진 등 연예인 인스타에 들어가면 골프장 사진 한 장 없는 경우가 없다. 거액의 광고료를 써가면서 콧대 높은 톱스타를 모실 필요가 없어진 이유다. 현재 활발히 활발히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필드 나들이에 진심인 경우 오히려 더 큰 입소문 효과를 낸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값이 다소 나가더라도 '멋있어 보이는' 제품에 지갑을 여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기능성을 강조한 선수를 내세운 대대적인 광고보다 셀럽들의 인스타 사진 한 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새롭게 골프를 시작한 MZ세대에 친숙한 채널이란 점에서 해당업체들도 SNS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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