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신장이식 수술 5000례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투석보다 신장이식을 받고 일상생활을 해 나가고 싶었지만 가족 중 신장 공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선뜻 신장이식을 결심할 수 없었다. 다행히 누나 두 사람이 기꺼이 동생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누나 모두 체중이 많이 나가고 혈압이 높아 신장을 공여하기에는 부적합한 상황이었다. 신장이식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식외과 이주한 교수로부터 체중을 감량하고 혈압도 잘 조절하면 신장기증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희망을 갖게 됐다.
작은 누나는 동생에게 신장 기증을 위해 3개월에 걸쳐 체중을 10㎏ 가까이 감량하고, 혈압도 잘 조절해 동생에게 신장이식을 할 수 있었다. A씨는 이식 수술 후 회복에 전념해 안정된 상태를 되찾아 현재는 후학 양성을 위한 코치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든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신장이식을 시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장이식을 위해서는 뇌사 또는 생체기증자가 필요하며 기증자와 면역학적 조건도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혈액형이 다르거나 교차반응 양성 등으로 가족 내 공여자가 있어도 이식 진행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형이 다르거나 교차반응 양성인 환자들에서도 체내 항체 농도를 낮추는 탈감작 치료를 통해 신장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장이식팀은 이러한 면역학적 고위험 환자 이식에 앞장서는 가운데 우수한 치료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식 신장의 정상 기능 확률인 이식신 생존율은 생체 신장이식 98.5%(1년)·92.8%(5년)·83.2%(10년), 뇌사자 신장이식 생존율은 96.7%(1년)·91.2%(5년)·81.7%(10년)였다.
신장이식팀은 면역학적 고위험군 극복 노력과 함께 최신 술기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2019년 11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 신장이식에 성공했다.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절개창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처 감염률이 낮고 회복이 빠를 뿐만 아니라 미용적 효과도 뛰어나다.
이식외과 허규하 교수는 "신장이식팀은 간, 심장, 폐 등 타장기 동시 이식, 3차 신장이식 등 여러 고난이도 수술로 많은 장기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삶을 제공해왔다"며 "현재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신장이식 분야를 꾸준히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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