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는 전세계적으로 혈액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부족한 혈액의 배분에 있어 혈액공급이 기존 혈액 사용량이 많은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종합병원급에서는 혈액 재고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의 혈액 보유량 차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어느 정도 격차를 보여 왔는데, 헌혈 감소로 혈액 공급량이 급감하다 보니 이러한 체감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적십자사가 각 의료기관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기준은 기존 혈액사용량이다. 의료기관도 적십자혈액원과 마찬가지로 며칠치의 보유량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하므로, 혈액사용량이 많음은 곧 의료기관의 재고량도 그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사용량의 역설은 실혈을 최소한으로 하여 수술하는 술기 좋은 의사가 있고, 만성질환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수혈만을 시행하고, 혈액은행에서 혈액관리를 잘 하고 있는 바람직한 병원은 기존의 혈액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액보유량이 적어 공급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는 더욱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특히, 서울시보라매병원과 같이 상급종합병원에 준하는 병원 규모와 역량, 수술대기 환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분류상 종합병원이며, 기존에 혈액사용량이 안정화되어 있었던 의료기관은 혈액공급량이 턱없이 모자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보라매병원은 "우리 신체에 있는 전체 혈액량 중 일부는 비상시를 대비한 여유분이기 때문에 헌혈 후 지침에 따라 충분히 휴식하면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헌혈에 사용되는 기구들은 모두 청결하게 관리되고, 사용 후 모두 폐기되는 일회용을 사용하고 있어 헌혈 과정에서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도 없다"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혈액 매개되는 감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혈액을 통해 전파된 예는 없으며, 코로나19 완치자 치료종료 후 10일 지난 후 헌혈한 혈액이나 건강인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7일 이후 헌혈한 혈액은 수혈자의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라매병원 흉부외과 최재성 교수는 "헌혈은 자신의 혈액으로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자,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또한, 의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혈액을 대체할 물질도 없기 때문에 수술 중 수혈을 위한 혈액 공급은 오직 헌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혈액은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농축적혈구는 최대 35일, 농축혈소판은 이보다 훨씬 짧은 최대 5일까지만 보관할 수 있어, 지속적인 헌혈 참여가 이어져야만 한다.
현재 수급난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먼저 2년이 넘도록 장기화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어야 하겠으나, 이와 함께 국민의 헌혈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범 정부차원의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헌혈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헌혈은 가치 있고 사회적으로 대접 받아야 할 값진 일이라고 응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생명 나눔을 위한 헌혈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주요 헌혈층인 10-20대의 인구 감소율이 상승함에 따라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 또한 더욱 확대되어야 하겠다.
더불어 혈액 수급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채혈금지대상자 기준에서 국내 말라리아 헌혈제한지역 방문과 같은 간접사유의 재검토, 혈액선별검사 부적격 기준에서 WHO에서도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 간기능 검사(ALT 검사) 등 불필요한 혈액폐기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라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 수 교수는 "혈액 재고가 없어 환자안전에 위기를 겪는 병원이 나타나지 않도록 의료기관별 혈액재고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료기관 간 보유량 편차를 줄여나가며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들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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