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코로나19에 '씽씽' 달리는 하이엔드 자전거…'스포츠 인플루언서' 활약도 눈길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20-11-13 09:19


◇'혜화동 엘린' 윤재원 이앤제이 미디어 대표처럼 코로나19 이후 '혼라이딩'을 즐기는 여성들이 부쩍 늘어났다 . 사진=윤재원 제공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됐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을 180도 바꿔놓았다. 운동을 즐기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홈트족(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여러 분야에서 '나홀로족'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혼라이딩족(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급증한 가운데, 자전거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자전거 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트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인기 순위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스포츠 인플루언서'들이 초기 SNS 마케팅을 주도하던 뷰티-리빙 분야를 능가하면서, 특히 자전거 관련 콘텐츠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전거 인기에 품귀 현상까지…1800만원대 제품도 불티나게 팔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2030 세대는 마라톤에 열광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으로 '러닝 크루(running crew·달리기 팀)'를 모집하고, 대회 완주 후 단체사진을 공유하는 '놀이'를 즐기는 등 새로운 달리기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라톤 대회는 줄줄이 취소됐고, 사람들은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개월 간 헬스·요가용품 등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이 중 올 한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분야로 업계 전문가들은 자전거 시장을 언급한다. 인스타그램에 '#라이딩'과 함께 게시된 글만 봐도 12일 기준 151만개가 넘는다. 자린이(자전거 타기를 이제 갓 시작한 사람)란 유행어도 생겼다.

전통적으로 자전거업계는 유·소년층 고객이 많은 편. 그간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사라지다시피 했던 동네 자전거 대리점의 분위기도 반전됐다. 갑작스런 수요 증가에 자전거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나 증가했다.

73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네이버의 자전거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한 회원은 "인기 있는 모델을 사기 위해선 전국에 있는 대리점에 전화를 다 돌려본 다음, 운 좋게 재고가 있다고 하면 계약금을 넣고 바로 구매하러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전체 수요층의 저변 확대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급성장으로도 이어졌다.

현재 국내에 대리점 150여개, 직영점 7개를 보유한 트렉 바이시클 코리아는 오는 12월에 서울시 송파구에 지점을 추가 오픈한다. 이진형 비앙키 자전거마케팅팀 담당자는 "입점을 새롭게 희망하는 자전거 취급점들이 올해들어 다섯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특히 20대 여성들이 자전거에 입문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자전거의 색상이나 각 브랜드의 엔트리급에 속하는 제품들이 잇달아 완판되기도 했다.

손영기 트렉 매니저는 "입문자들이 선호하는 엔트리급은 올해 목표를 초과한지 오래다.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의 FX와 Dual sport의 수입분은 이미 다 품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상당히 고가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해 판매되는 캐나다의 유명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써벨로와 이탈리아의 비앙키, 미국의 스페셜라이즈드의 최고가 제품의 가격은 각각 1790만원과 1840만원, 1700만원이다. 이 중 여성들이 자주 찾는 제품의 가격 또한 55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자전거업계 관계자들은 "자기과시 욕구가 강한 MZ세대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한 콘텐츠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며 "이전이라면 마니아나 관심을 보이던 가격대 제품, 컬러의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급증한 여성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군을 대폭 늘릴 구상이다. 써벨로의 임민재 마케팅 담당자는 "늘어난 여성 고객들을 고려해 앞으로 이들의 니즈를 반영한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대세로 떠오른 '스포츠 인플루언서', 코로나 블루 날려버릴 건강한 모습으로 사랑받아

자전거의 인기 상승은 인플루언서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여리여리한 몸매나 섹시함을 강조했던 인플루언서들이 '핫 클릭'을 불렀다면, 이젠 다부진 몸매를 자랑하는 '스포츠 인플루언서'들이 시장을 점령해나가고 있다. '건강'이 사회 전체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활기 넘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들에 '좋아요'를 누르는 손길이 급증하고 있는 것.

"헬멧과 안경을 쓰면 얼굴은 가리게 된다. 여기에 몸에 딱 붙는 자전거용 의류를 입게 되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몸매에 더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지적한 업계 관계자는 "방구석 활동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풍광을 배경으로 신나게 라이딩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큰 위로가 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혜화동 엘린' 윤재원 이앤제이 미디어 대표(31)는 인기 있는 스포츠 인플루언서 중 한명이다. 윤재원 대표는 인스타그램 뿐만아니라 3만2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혜화동 엘린TV'를 통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탄탄한 몸매에 에너제틱한 모습의 윤 대표는 팔로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윤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때에도 자전거 외에 스키나 등산, 프리다이빙을 즐기곤 했다. 그러다 2015년에 SNS에 올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스포츠 인플루언서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인기 비결에 대해선 "이제 사람들은 마냥 날씬한 몸매보다는 '관리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꾸준히 운동을 하는 제 모습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렉 바이시클 코리아의 브랜드 엠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고유나. 사진제공=트렉

◇트렉 바이시클 코리아의 브랜드 엠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최지유. 사진제공=트렉

◇비앙키의 시그니처 체레스테(옥색) 색상의 자전거를 들고 있는 브랜드 모델 백지현. 사진제공=비앙키

◇스페셜라이즈드 브랜드 모델 고아라. 사진제공=스페셜라이즈드

◇써벨로의 엠버서더로 활약중인 조세휘. 사진제공=써벨로
이외에도 비앙키의 브랜드 모델인 백지현씨(@baek_g_hyun)와 트렉의 엠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최지유씨(@jiyouxoxo)는 자신의 SNS를 통해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트렉의 모델 고유나씨(@goxolivia)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모습이 담긴 게시물은 4000개가 훌쩍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20대 여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운동하는 여자'는 동경의 대상으로까지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이엔드 자전거 브랜드와의 협업은 인플루언서들의 입장에선 건강미와 럭셔리한 이미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 좋은 기회"라며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의 인기가 계속될 전망인 만큼, 관련 브랜드들과 인플루언서의 협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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